앵커 : 가을걷이를 시작한 북한 양강도가 현실에 맞지 않는 중앙의 지시로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감자파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을걷이에 돌입한 양강도 당국이 여러가지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가을걷이를 늦출 것”이라던 내각 농업성이 약속을 번복하면서 벌어진 일인데 ‘약속 번복의 배경엔 중앙의 지시가 있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농업 관련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6일“양강도는 해마다 9월 5일부터 가을걷이를 시작했다”며“하지만 올해 내각 농업성은 가을걷이와 관련한 질문을 할 때마다 날씨가 더워‘공화국창건기념일(건국절, 9월 9일)이 지난 후에 가을걷이를 시작한다’고 수차례나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약속과 달리 내각 농업성은 9월 4일 오전에 뜬금없이 다음날인 9월 5일부터 가을걷이를 시작하라는 지시와 함께 기관기업소마다 협동농장에 지원노력을 파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알고 보니 9월 4일 아침시간에 내각 농업성에‘당장 가을걷이를 시작하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내렸기 때문이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갑작스런 지시로 양강도 농촌경리위원회와 시, 군 농촌경영위원회, 각급 협동농장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격이 되었다”며“사전 조율도 없이 기관기업소들에 농촌지원 노력을 무작정 내려 먹여 현장에서도 큰 혼란이 지속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8일“우리 공장도 지원 노력이 할당됐으나 주요 인원은 국가건설을 위한 돌격대로 다 뽑아갔다”며“남은 인원은 공화국 창건(건국절) 75돌 행사 연습에 동원돼 당장 지원노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 “올해는 지금까지도 날씨가 무더워 개인들조차 아직 가을걷이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며“실제로 곡식은 줄기가 저절로 누렇게 마를 때까지 두었다가 가을을 해야 잘 여문 낱알을 거둘 수 있고 따라서 수확량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양강도의 경우 아직 감자며 강냉이, 콩 줄기가 시퍼렇게 살아있어 곡식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면서“그런데도 중앙(김정은)에서는‘양강도에서 본보기를 보여야 다른 도에서도 속도를 낼 수 있다’며 현실에 맞지 않는 가을걷이를 대놓고 독촉한다”고 불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가을걷이는 보통 양강도가 9월 초부터, 자강도와 함경북도는 9월 중순과 하순부터, 기타 벌방지대(평야지대)는 10월 초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농무부(USDA)는 지난 8월 28일 발표한 보고서(North Korea 2023/24 Seasonal Crop Outlook)에서, 올해 북한의 쌀 생산량이 약 210만톤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