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마철 맞아 ‘각성’ 주문...전문가 “근본 대책 아냐”
2024.07.05
앵커: 장마철을 맞아 북한 당국이 홍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일꾼들의 각성을 주문했지만, 한국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5일 장마철을 앞두고 “자연재해방지 사업을 뒷전으로 미루다가는 상상 못할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항상 긴장하며 변화하는 기상조건에 맞게 수단과 방법을 최대한 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매체는 “장마철 피해방지 사업의 성과 여부는 일꾼들이 어떤 관점과 태도를 가지고 일하는가에 달려있다”며 각성할 것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북한 매체는 이어 “기상수문부문의 임무가 무겁다”며 “농업기상예보사업을 시기를 놓치지 말고 책임적으로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또다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도 “재해성 이상 기후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목적을 갖고 2일부터 4일까지 전국기상수문 및 해양부문 과학기술발표회가 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기상예보는 정확성, 신속성 등에서 상당히 뒤떨어지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권 전 원장은 “매년 여름철이 되면 북한 당국이 홍수, 가뭄 피해를 경고하지만 근본적으로 기반이 정비되어있지 않아 대비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권 전 원장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라고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북한이 기반 구축을 위한 중장비들을 외부로부터 확보하기 전까지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권태진 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북한 당국으로서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홍수, 가뭄에) 주의를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효과적으로 대비를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예방하는 데에도 상당히 필요하지만 피해가 발생했을 때 복구하는 데에도 중장비가 정말 필요하거든요. 자신의 힘만으로 이런 중장비를 확보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권 전 원장은 또 “약 20년 동안 북한의 자연재해 피해 기록을 살펴보면 주된 피해가 홍수 피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지난해 8월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도 ‘북한 재난위험상황 검토 보고서’(Review of disaster riskscape of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를 통해 “북한은 관련 기반(인프라)의 부족으로 자연재해에 대한 취약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고 회복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위원회는 북한이 1991년부터 2020년 사이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로 북한 주민 5,100만 명이 타격을 받았으며, 특히 이 기간 홍수로 인해 북한 주민 2,463명, 폭풍으로 북한 주민 23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장마철을 맞아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를 우려하며 임진강 수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3일 “수자원공사,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필승교 수위에 대한 24시간 감시태세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3일 직접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유역의 군남댐, 필승교를 찾아 수해방지 상황을 점검했고 북한을 향해 댐 방류 시 사전통보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7월 3일): 대남도발 일환으로 황강댐 무단 방류를 악의적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에게 황강댐을 방류할 시 남북 간 합의대로 사전에 반드시 통보해줄 것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북한은 2009년 10월 ‘임진강 수해 방지 관련 남북 실무회담’을 통해 댐 방류 시 사전 통보할 것을 합의했지만 거의 매년 통보없이 방류했고, 2009년에는 이로 인해 한국 국민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되기도 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