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지방 상업편의시설 정상화 지시
2024.03.07
앵커: 북한의 지방발전 중앙추진위원회가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는 동시에 지역 상업망, 편의봉사 시설까지 ‘고난의 행군’ 이전 수준으로 복원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일 “지방공업공장 건설과 함께 지금까지 운영을 멈췄던 지방의 상업망, 편의봉사시설들을 ‘고난의 행군’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혔습니다. 2월 26일에 내려온 지시는 지방발전 중앙추진위원회의 이름으로 각 도 지방발전 추진위원회에 전달됐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또 “지시 내용에 따라 각 도 지방발전 추진위원회들은 ‘고난의 행군’ 이전의 상업시설과 편의봉사시설 명단을 뒤지고 있다”며 “지방의 인구 수에 맞추어 균등하게 설치되었던 상점과 식당(상업시설), 여관과 목욕탕(편의봉사시설)을 원상대로 복구하라는 것이 중앙추진위원회의 지시 내용”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1990년대 초까지 존재했으나 ‘고난의 행군’으로 사라진 상업망과 편의봉사망은 남새상점과 건재상점, 읍 종합식당과 리 종합상점, 은덕원(목욕탕)이 있다”며 “건물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시설들을 운영하지 못하게 되면서 지금은 개인살림집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사라진 상업망과 편의봉사시설들을 원상으로 복구하려면 무엇보다 개인 살림집으로 전환된 기존의 건물들부터 되찾아야 한다”며 “한마디로 기존의 식당이나 상점 건물에 얹혀 살던 사람들을 내쫓아야 한다는 건데 이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당장 갈 곳이 없는 주민들을 내쫓을 수 없으면 주변에 새로 상점이나 식당을 지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중앙에서 지방공업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재들만 보장할 뿐, 상업망이나 편의봉사시설을 건설할 자재는 보장해 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상업, 편의봉사 시설은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국가가 원료와 자재를 보장하지 못해 문을 닫거나 다른 시설로 변경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상업시설과 편의봉사시설을 ‘고난의 행군’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보천군 간부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고난의 행군’ 이후 보천군의 간부들은 여관과 종합식당을 없애 버렸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 지방발전 추진위원회가 실태 조사를 벌리고 해당 시기, 여관과 종합식당을 없앤 간부들을 소환하려 했지만 당시 보천군당 책임비서였던 리평순(1992년~2019년까지 보천군당책임비서)이 치매에 걸려 사람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 더 이상의 조사나 처벌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보천군은 지난 2008년, 리평순 책임비서 시절에 운영하지 않고 방치돼 오던 여관을 군인민병원으로 개조했고, 대신 기존의 군인민병원 건물을 외화벌이사업소에 넘겨주었다”면서 “종업원도 없는 ‘가림천 식당(종합식당)’ 역시 군 상업관리소 창고로 넘겨주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기존의 군인민병원 주변엔 건강에 좋기로 유명한 샘물이 있었는데 해마다 여름철 휴가를 삼지연에서 보내던 김정일이 이곳 샘물을 가져다 마셨다”면서 “김정일이 마시는 샘물에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앙에서 군인민병원을 옮길 것을 지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존의 군 상업관리소 창고 역시 2003년, 혜산-삼지연 사이에 새로 건설한 김정일 전용 1호 도로가 지나가게 되어 허물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신 식재료를 공급하지 못해 운영하지 못하고 있던 종합식당 건물을 군 상업관리소 창고로 이용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사정이 이러함에도 양강도 지방발전 추진위원회는 당장 여관과 종합식당을 살려 놓지 못하면 책임을 엄중히 따지겠다는 식으로 보천군의 간부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중앙의 무지막지한 지방발전 정책으로 죽어 나갈 건 힘없는 지방의 간부들 뿐”이라고 한숨지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