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북 경제 회복세, ‘김정은 효과’ 아냐”
2019.09.30
앵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이후 북한 경제가 호전됐다는 일각의 주장이 통계치와는 다르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북방경제실 부연구위원은 30일 북한 경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취임 후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이른바 ‘김정은 효과’가 실제 통계분석 결과와는 다르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김 위원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이 이날 발간한 ‘북한경제리뷰’라는 학술지를 통해 북한의 경제 회복세가 199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 경제의 회복세가 2012년쯤 김정은 위원장 집권에 따른 것인지를 검증하려면 객관적인 통계값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북한 경제가 달라졌다는 주장의 근거로 흔히 평양의 고층빌딩과 명품가게 등을 담은 사진, 동영상이 제시되지만 이 같은 자료들이 북한 전반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김규철 위원은 WFP, 즉 유엔 세계식량계획 보고서를 인용하며 북한 어린이 5명 가운데 1명은 여전히 영양실조에 걸려 있고 북한 주민의 40%가 영양부족 상태로, 평양이 아닌 북한 내 다른 지역의 경제상황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경제성장률 등을 토대로 김정은 시대에 북한 경제가 달라졌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며 경제 총량 측면에서의 김정은 집권 시기는 이전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와 단절됐다기보다 같은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쪽에 가깝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경제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시기인 지난 2017년과 2018년 각각 3.5%, 4.1%씩 역성장했다는 통계자료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김규철 위원은 북한 경제의 명확한 변곡점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훨씬 이전인 1999년으로, 이전까지 계속 마이너스 상태였던 거시 지표가 이 때부터 완만하게 개선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의 대외 무역 관련 지표를 봐도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전과 이후 시기 사이에 구조적 단절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유엔의 국제무역 통계 자료 ‘유엔 컴트레이드(UN Comtrade)’에 따르면 지난 2001년을 전후해 북한의 1위 교역국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는 큰 흐름의 변화가 일어났고, 이러한 추세가 꾸준히 강화돼왔을 뿐 김정은 위원장 집권이 큰 변화의 계기는 아니었다는 설명입니다.
김 위원은 전반적인 경제 추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강과 보건 측면에서도 ‘김정은 효과’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기대수명과 영유아 사망률 등이 1999년 반등한 이후 지속적인 개선세를 보이는 등 그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다만 이른바 ‘장마당’으로 불리는 비공식 부문에서는 ‘김정은 효과’가 관측된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쌀 가격이 1킬로그램에 5천 원 안팎에서 안정되고 환율도 1달러당 8천 원 정도로 유지되는 시점이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2012~2013년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김 위원은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불법으로 단속하기보다는 세금을 도입하는 등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며 비공식 부문 성장과 안정화는 김정은 집권 이후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같은 연구결과와 관련해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경제적 성과에 큰 변화가 없다는 분석에 동의하면서도 북한 경제에서 계획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시장경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김정은 집권 시기의 성과로 들었습니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영기업들이 시장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그것이 북한 경제 회복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돼가고 있다는 측면, 그리고 그런 행위들을 제도개혁을 통해 뒷받침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장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죠.
이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후 이른바 ‘우리식경제관리방법’에 따라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등을 공식적으로 도입하고 인민경제계획법, 재정법, 기업소법을 개정하는 등 법적인 뒷받침까지 시도한 것도 이전과 달라진 점으로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