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난 30년간 홍수∙폭풍에 북 주민 2,698명 사망”
2023.09.01
앵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태풍 침수 피해 지역을 찾아 핵심 간부를 질책하고 피해 예방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북한의 재난 대비 상태가 매우 취약해 자연재해 위험이 높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가 최근(8월31일) 발표한 ‘북한 재난위험상황 검토 보고서’(Review of disaster riskcape of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보고서는 북한의 재난 대비 상태가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1991년부터 2020년 사이 가뭄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로 북한 주민 5천100만 명이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기간 홍수로 인해 2천463명, 폭풍으로 235명이 사망하는 등 해마다 자연재해가 발생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며 관련 사례를 열거했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 8월 폭우로 황해도 저지대에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76명이 목숨을 잃었고 75명이 실종됐으며, 학교와 병원 등 건물 3천200 동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위원회는 ‘아시아 재난경감센터’(ADRC) 자료를 인용해 2019년에 북한 주민 10명 중 4명이 자연재해의 영향을 받았다며,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최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자연재해에 대한 관리 능력도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2021 글로벌기후위험지표’(INFORM Global Risk Index 2021)에 따르면 북한의 재난 위험관리 순위가 세계 191개 나라 가운데 29번째”라며, 재난 위험이 가장 악화된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은 인프라 부족으로 자연재해에 대한 취약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회복력 역시 부족하다”며 “기계와 연료, 비료 및 기타 장비 수입 제한으로 인해 자연 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제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재난으로 인한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이로 인한 식량 불안과 에너지 공급 부족, 영양 실조 등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연구결과) 기후 변화로 인해 가뭄 위험이 심화되었는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면서도 “최대 5일 누적 강수량에 따르면 기후 변화에 따라 홍수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건조지대 농업 개선, 조기경보 시스템 강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재난위험 경감 역량 구축, 지역협력 활용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는 최근 한국에서 열린 기후변화 관련 포럼에서 북한 내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며 홍수 방지 등을 위한 포괄적인 대북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크룩스 대사: 한반도가 직면한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우려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북한에서는 더욱 심각할 것입니다. 보다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홍수 방지 대책도 포함됩니다. 또한 북한의 회색 인프라(콘크리트 구조물 위주의 기초시설)가 극단적 기후에 대비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