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양강도 농장 수매양곡으로 감자 대신 감자전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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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양강도 협동농장들에 수매양곡으로 감자 대신 감자 전분을 바칠 것을 지시했는데 농민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고난의 행군’ 이전까지 북한은 양강도의 협동농장들에서 주요 농작물인 감자 대신, 감자 전분을 국가수매양곡으로 거두어 갔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은 양강도 협동농장들에서 감자 전분 대신 감자 현물을 거두어 갔습니다.

그랬던 북한이 올해 양강도 협동농장들에 국가수매양곡으로 감자 전분을 바칠 것을 지시했습니다. 1994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이후 29년만에 다시 감자 전분을 국가수매양곡으로 거두는 것인데 이에 양강도 농민들은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해왔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6일 “내각 수매양정성의 10월 3일 지시에 따라 올해 양강도의 협동농장들은 수매양곡으로 감자가 아닌 감자전분을 바치고 있다”며 “국가가 수매양곡으로 감자전분을 거둔다는 것은 그만큼 식량(보유량)에 여유가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은 해마다 양강도 협동농장들에서 수확한 감자를 현지 주민들에게 2~3개월분 배급으로 나누어 주고, 나머지는 군량미로 거두어 주변의 군부대들에서 빨리 소비하도록 조치했습니다. 당장 급한 식량난도 해소하고, 보관이 어려운 감자를 빨리 처분하려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수확한 감자의 일부를 ‘삼지연감자가루공장’에 보내고, 나머지 감자는 현지 농민들이 직접 가공해 전분으로 만들어 바치도록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협동농장들에는 감자를 가공하는 시설이 없어 개별적인 농장원(농민)들에게 감자를 나눠 주어 전분을 만들어 바치도록 하고 있다”며 “양강도 김정숙군 상대리 협동농장의 경우 농장원 1인당 감자 500kg씩 나누어 주고 대신 감자 전분 50kg씩 바치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8일 “협동농장의 수확량에 따라 농장원들에게 전분으로 만들어 바치도록 나눠준 감자의 량이 다르다”면서 “양강도 운흥군 동평협동농장의 경우 농사가 잘 돼 농장원 1인당 감자 450kg씩 나누어 주었지만, 생장협동농장의 경우 수확량이 적어 농장원 1인당 감자 200kg씩 밖에 나누어 주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감자 100kg을 가공하면 말린 전분이 많게는 13kg, 적게는 12kg이 나오고, 섬유질 찌꺼기인 감자 까리가 20kg정도 나온다”면서 “다만 국가에 수매양곡으로 바칠 때에는 감자 100kg을 가공해 색이 하얗고 깨끗한 전분으로만 10kg을 바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감자 100kg을 가공하면 깨끗한 전분 10kg를 국가에 바치고 색이 누렇고 깨끗하지 못한 전분 2~3kg과 감자 까리 20kg정도가 농민들 몫으로 남게 된다”며 “농민들은 남은 감자 전분과 감자 까리를 섞어 까리국수나 까리떡을 만들어 식량으로 이용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감자를 전분으로 만드는 과정은 매우 힘들지만 농민들로선 적지않은 식량이 공짜로 생기는 것이어서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까리국수나 까리떡은 영양가가 매우 낮으나 소화가 잘 안돼 오래도록 배부른 느낌이 있어 배고픔을 달래는 데는 제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감자 대신, 감자전분을 국가에 바치고 남는 찌꺼기를 가진다는 것이 해마다 식량난을 겪는 양강도 농민들에겐 하나의 기적”이라며 “양강도는 현재 살얼음이 지는 날씨이지만 감자 가공을 하는 농민들의 얼굴엔 즐거운 미소가 가득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