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제난 속 각종 규제, 주민 반발에 휘청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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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의 강압적인 단속에 주민들이 집단으로 항의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단속에 나선 단속원들과 장사꾼 간의 시비에 주민들이 합세한 것인데요. 가뜩이나 안 좋은 경제 상황 속, 각종 단속만 강화하는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 보호를 위해 익명 요청)은 21일 “어제(20일) 혜산에서 먹는 기름(식용유) 장사꾼들이 현장에서 단속됐지만 주민들이 완강하게 항의하면서 결국 그들을 그냥 돌려보내는 일이 발생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20일 오후 6시경, 혜신동 역전려관 주변에서 먹는 기름 1톤 정도를 운반하던 여성 2명이 단속에 걸린 것이 시작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여성들을 단속한 것은 인근 공장 기업소의 적위대원로 이뤄진 혜신동 분주소(안전부, 남한의 파출소) 규찰대로, 단속된 여성들은 ‘국영상점으로 기름을 운반 중’이었다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곧 주변에서 이들의 고함 소리를 들은 주민들이 합세했고 주민들이 ‘개인 밀수품도 아닌데 왜 단속하냐’며 함께 항의하자 단속원들이 장사꾼들의 물건을 몰수하지 않고 그냥 보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규찰대는 국영상점에 기름을 넣으려고 한다는 장사꾼들의 말을 듣고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소식통은 “여성들이 운반하던 기름은 중국 글자가 쓰인 5리터짜리 비닐(플라스틱)통에 들어있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들이 신의주(평안북도) 쪽에서 국가무역으로 수입한 기름을 넘겨받아 운반하던 도중에 단속된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이번 단속이 지난 8월 초, 당국이 내린 사회안전성 포고문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포고문의 주요 내용은 개인이 상품을 많이 넘겨받아 장마당 또는 개인 장사꾼에게 도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라는 것으로 개인이 소유한 상품은 전부 국영 상점에 넣고 판매할 것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 관련 기사 )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 보호를 위해 익명 요청)도 이 사건과 관련된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그는 “20일 저녁, 손구루마에 중국산 콩기름(식용유)을 싣고 가던 장사꾼들이 혜산 역전 인근에서 단속되었다가 풀려났다”고 들었다며 “2명의 기름 장사꾼이 단속되자 국영상점으로 가는 길이라며 저항했고 규찰대원과의 사이에 고성이 오가며 단속 현장의 분위기가 험악해 졌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달 초(5일)에 백암에서 식량을 넘기다가 체포된 식량 장사꾼들도 약간의 벌금을 물고 풀려난 것으로 안다”면서 “그 때에도 ‘국가도 해결하지 못하는 식량문제를 개인이 해결하는데 단속한다’며 해당 장사꾼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지역 안전부가 몰수한 식량을 전부 ’양곡판매소‘에 넣는 조건으로 돌려주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체포됐던 장사꾼 3명이 북한돈 100만원(125달러)을 내고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가 먹는 문제”라면서 “도처에서 굶주림에 죽어가는 사람들과 잔인한 살인 사건 등의 원인은 다 먹는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사법당국도 함부로 처리하지 못하고 주민들을 달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식량은 장마당에서 일체 팔지 못하고 개인 집에서 몰래 판매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량을 국영상점에 보내면 개인장사꾼에 넘기는 것보다 1kg당 500원정도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