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국가통제권 밖 상행위 금지 포고문
2023.08.07
앵커: 북한 양강도 당국이 국가 통제를 벗어난 상행위를 금지한다는 포고문을 내놨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사회안전성이 주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국가의 통제 밖에서 상행위를 하는 모든 주민에 대해 강력한 법적 처벌을 가할 것이라는 포고문을 발표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보호 위해 익명요청)은 4일 “어제(3일) 혜산시 중심의 상점과 거리, 장마당들에 사회안전성 포고문이 일제히 나붙었다”면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다니는 백화점과 장마당, 거리 곳곳에 붙여놓은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내각 산하 사회안전성에서 발표한 이번 포고문이 다른 지역에서도 동시에 발표됐는 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함께 국경연선에서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특정지역에만 포고를 내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소식통은 “포고는 ‘국가의 통제권 밖에서 물자거래를 하거나 외화를 류통시키는 행위를 철저히 금지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돼 있었다”면서 “이번에 나온 포고문은 가로 30센티미터, 세로 50센티미터 정도의 종이에 인쇄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포고의 주요 내용은 개인이 상품을 많이 넘겨받아 장마당이나 또 개인에게 도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라는 것”이라면서 “개인이 갖고 있는 일체의 상품은 전부 국가가 운영하는 국영 상점에 넣고 개인은 제한된 소량을 매일 조금씩 팔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돈주'로 알려진 개인 장사꾼들이 돈과 상품을 쥐고 도매장사를 주도하면서 국가가 가운데서 세금이나 이익금을 챙길 수 없는 구조여서 도매를 국영상점에서 직접 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여기다 개인 장사꾼들이 전국을 대상으로 도매를 하면서 국영상점에 상품이 들어가지 못해 국영상점이 텅 비어 있다시피하는 상황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라는 지적입니다.
가격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구실로 국영상점에 상품을 넣고 팔게 함으로써 국영상점의 이미지도 높이고 도매품을 팔아서 남는 가격도 챙기겠다는 의도라는 겁니다.
소식통은 이어 “이번 포고문은 최근 열병이 확산되면서 양강도에 대한 이동과 차량운행이 전면 차단되어 식량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발표된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당국은 흉흉해진 민심과 주민들의 동요에 대해 강력 포고로 대응하고 나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쌀이 유통되지 못하니 먹고 살기 힘든 조건에서 불법범죄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며 포고문을 발표한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면서 “식량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범죄행위를 포고문으로 막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5일 “3일 혜산시내 곳곳에 사회안전성 포고문이 나붙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포고는 개인이 많이 놓고 팔던 상품을 모두 국영상점에 넣고 당국의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매일 몇 개씩만 팔라는 것”이라면서 “장사꾼들이 장마당과 개인집에 많은 식량과 생필품을 쌓아놓고 도매가로 넘기는 상행위를 금지하고 국영상점을 활성화 한다는 방침”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포고에는 시기에 따라 개인이 장마당 상품가격을 마음대로 정하고 조절하는 것을 국가가 엄격히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이는 최근 양강도에 열병이 확산되면서 도내 출입과 차량 운행이 차단돼 주민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8월 1일자 사회안전성 명의의 포고문은 가로 30센티, 세로 50센터의 종이에 검정글씨로 인쇄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와 상점, 장마당에 나붙었다”면서 “당국이 포고문을 도처에 붙여놓아 사회전반에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포고문에는 상품가격 외에 돈(외화) 환율도 정해진 은행 밖에서 마구 높이는 행위를 법으로 엄벌할 것이라고 선포했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은 국가가 상품을 대준 것도 아닌데 주민들의 생계활동에 ‘감 놔라 배 놔라’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처사”라고 비난했습니다.
현재 북한 내에서 외화환율은 국가은행에서 중국돈 1원(위안)을 내화 1,260원으로 교환해 주지만 개인 환전상은 중국돈 1원에 1,280원으로 교환해 1위안 당 20원씩 더 바꿔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도매 장사꾼들은 중국돈을 천 원 단위, 만 원 단위로 환전하는 경우가 많아 환율 차이는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국가은행을 이용하길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일부 주민들은 당국이 식량(문제)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지역을 봉쇄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면서 “식량도 해결하지 못하는 당국이 포고를 내지 말고 주민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자유로운 생계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