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 속 북 돈주들, 돈되는 물건 사재기
2024.12.10
앵커: 최근 북한에서 식량 가격과 달러 환율이 껑충 뛰었습니다. 이에 더해 ‘화폐교환’ 즉 화폐개혁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일부 주민들은 만약을 대비해 돈이 되는 물건을 장만하느라 바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상품가격과 달러 환율이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가을 수확이 갓 끝난 지금이 일년 중 식량 가격이 제일 싼 시기임에도 입쌀 가격이 북한돈 1만원을 넘었고 달러 환율도 현재 1달러에 3-4만원까지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남도 단천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새 돈 있는 일부 사람들이 물품을 대량 장만하고 있다”며 “쌀 가격과 딸라 환율이 계속 오르는데다 화폐교환 이야기까지 돌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진짜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화폐교환 소문이 돌면서 전반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라며 “쌀 가격, 딸라 가격(환율) 상승과 화폐교환 이야기에 대해 누구나 무관심하지 않지만 특히 돈 있는 사람들은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돈 있는 사람들이 현금(북한 돈)이 아니라 후에(나중에) 되팔아도 돈이 될 만한 물품을 확보하고 있다”며 “2009년 화폐교환 때 가지고 있던 돈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현상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해삼 장사로 돈을 많이 번 한 친구는 여기 저기 다니며 괜찮은 중고 천연색액정텔레비죤과 컴퓨터를 거두어들이고 있다”며 “쌀 사먹을 정도의 돈만 남기고 가지고 있는 돈을 다 털어 물품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자동차에 밝은 다른 한 친구는 기관(엔진), 변속기, 타이어를 비롯한 쓸만한 자동차 부품을 거두어 들이고 있다”며 “모든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장마당에 나가지 않겠다는 상인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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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9일 “당국이 화폐교환은 헛소문이라며 주민들을 달래고 있지만 물품 가격 상승에 놀란 일부 상인들이 만약을 생각해 가지고 있는 상품을 팔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2009년 화폐교환 초기에는 교환한 새 돈이 가치가 있었지만 한 달도 안돼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당국의 통제로 딸라 환율도 원래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당시 횡재한 사람은 물품을 많이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시장 상인들이 가지고 있는 물품을 잘 팔지 않으려 한다”며 주로 콩기름, 사탕가루(설탕) 등의 식료품과 목재, 도색재 등의 건재류, 자동차와 오토바이 부속품 타이어 등의 품목을 쌓아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장마당 상인들의 속셈은 화폐교환이 헛소문이라고 해도 자고 일어나면 물품 가격과 딸라 값이 계속 오르는 만큼 물품을 팔지 않는게 더 이익이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돈 있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당국이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돈을 빈종잇장으로 만들기 위해 2009년처럼 또 오그랑수(속임수)를 쓰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시장을 가리켜 자본주의 서식장, 개인주의 온상이라고 하는 당국이 시장을 통해 돈을 번 사람들을 걱정해줄 리 없다는 건 누구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매일같이 오르는 물건가격으로 모두가 울상”이라며 “돈 있는 사람은 가진 돈을 다 잃을까 걱정하고 돈 없는 일반 주민은 물품 가격이 어디까지 오를 지 걱정하며 근심과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