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제대 군인, 여비 없어 귀향길 고생길
2024.09.09
앵커: 6~10년 가까운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 집으로 가는 제대 군인들이 여비 부족으로 굶는 등 힘겨운 귀향을 하고 있습니다. 근로자 월급 인상에 맞춰 군인 생활비도 올랐으나 현실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신병들이 군에 입대하는 초모(모집) 시기와 군 복무를 마친 군인들이 제대하는 시기가 대체로 고정돼 있습니다. 초모는 4월과 9월 두 번에 걸쳐 진행되며, 제대는 9~10월 사이에 이뤄집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7일 “노동자, 사무원 생활비(월급)가 올랐어도 생활에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군인도 마찬가지”라며 “요즘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제대군인들이 돈이 없어 노상에서 고생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며칠 전 6년간의 군복무를 마친 여조카가 집에 왔다”며 “강원도에서 기차로 청진까지는 쉽게 왔으나 돈이 떨어져 오도 가도 할 수 없다는 딸의 연락을 받고 아버지가 청진에 나가 데려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군의 초모(모집)나 제대 시기, 특별 열차를 편성하지만 특별 열차는 큰 도시 몇 곳에만 정차할 뿐입니다. 특별 열차에서 내려, 도시의 역에서 집까지 가는 것은 각자의 몫입니다.
그는 “조카가 집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며 이틀을 청진에서 묵는 과정에 돈과 도중 식사(도시락)가 다 떨어지자 어쩔 수 없이 집에 연락한 것”이라며 “만약 연락이 제대로 안 됐으면 노상에서 무슨 고생을 겪었을지 모른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조카가 제대하며 부대에서 받은 여비는 3만 원(미화 1.87달러)밖에 안 됐다”며 “그중 공식적으로 받은 제대비는 1만 원(미화 0.62달러) 정도이고 나머지는 같이 복무한 중대 군인들이 마련해 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돈으로 부대가 있던 강원도에서 청진까지 기차를 타는 건 가능할 수 있지만 집이 있는 경흥까지 오는 건 어림도 없다”며 “청진에서 경흥까지 야매(개인 돈벌이) 버스가 매일 뛰지만 값이 4만 원(미화 2.5달러)”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흥은 함경북도에서 교통이 불편한 지역 중 한 곳으로 철도역이 있지만 청진에서 경흥 가는 열차가 매일 운행하지 않으며 도로의 상태도 좋지 않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청진에서 경흥까지 가장 짧은 거리가 약 145km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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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나라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제대군인들의 귀향길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감염병이 터지기 전에는 군복무를 마치고 집에 가는 군인들에게 제대비 외에 2~3만 원(1.25~1.87달러)의 여비를 마련해주는 부대도 있었고 돈이 없는 경우 쌀 한 배낭(12~15kg)을 주는 부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나라에서 제대군인들에게 주는 제대비는 본인의 2달분 생활비로 규정돼 있는데 군인 생활비가 대폭 높아 졌어도 계급에 따라 제대비가 1천~3천 원(미화 0.06~0.18달러)에 불과해 식당에서 밥 한 끼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제대비에 복무한 중대에서 마련해주는 돈을 보탠다고 해도 여전히 부족하며 “예전이나 지금이나 너무 적어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초, 근로자의 생활비(월급)가 약 10배 상향 조정된 이후 근로자의 생활비는 3만~5만 원(1.8~3.1달러) 선이며 군인도 소속 병과와 계급에 따라 다르지만, 기존의 100원~300원(0.006~0.018달러)에서 1천~3천 원(0.06~0.18달러)으로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동해안에 놓여있는 철길 주변에 집이 있는 군인들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며 “철길이 없는 지역이나 읍에서 몇십 리 떨어진 먼 산골이 고향인 제대군인들은 돈이 떨어져 노상에서 고생을 해도 집에 연락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는 “6~10년간 소중한 청춘 시절을 군대에 바친 제대군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데 필요한 여비도 제대로 못 주는 것이 무슨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냐”며 “이 땅에 자식을 군대에 내보내지 않은 가정이 없는 만큼 군인을 우대해 주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