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결산분배 현장서 무너진 모래마대에 깔려 농민 사망”

서울-손혜민 xallsl@rfa.org
2023.11.03
“황해도 결산분배 현장서 무너진 모래마대에 깔려 농민 사망” 올해 알곡생산계획을 초과완수한 황해남도 배천군 역구도농장에서 지난 8일 결산분배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앵커: 북한 황해도 신계군에서 모래마대를 높이 쌓아놓고 거짓 결산분배 현장을 꾸미던 농민들이 마대가 무너지면서 추락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했습니다북한 내부소식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에 이어 지금까지 북한은 각지 농장에서 쌀 포대를 쌓아놓고 결산분배가 진행되는 모습을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처럼 층층이 높이 쌓인 마대 속에는 쌀이 들어있는 게 아니라 대부분 모래가 들어가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그런데 평소보다 2배 정도 더 높이 마대를 쌓다 농민들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평안북도 국경에서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닿은 황해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2 “지난주 말 신계군 오봉리농장 농민(40대 남성)이 결산분배 현장을 꾸미는 작업장에서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결산분배 현장을 쌀마대가 아니라 인력으로 모래마대를 올려 쌓고 있었는데 갑자기 층층이 쌓았던 10미터 정도의 모래마대 가운데가 무너지면서 마대 위에서 일하던 농민 3 명이 아래로 추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먼저추락한 농민들이 이어 무너지는 모래마대 밑에 깔린 후 아래서 일하던 농민 두 명이 인력으로 50킬로짜리 모래마대 50여 개를 옮기는 데 한 시간 이상 걸렸고 그 동안 마대 밑에 깔려있던 2명은 간신히 목숨을 부지해 병원에 실려갔지만 1명은 결국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모래 마대가 볏집 가마니보다 면적이 좁은데다 표면적이 매끈해 더 쉽게 무너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 다음 날 농장 당국은 무너진 모래마대를 다시 쌓고 결산분배 행사를 진행했는데, 결산분배는 현물이 아니라 다음달 분배할 쌀 킬로수가 적힌 쪽지를 줬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에 농민들은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가짜 결산분배를 진행하는 이유가 뭐냐며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황해도에 있는 친척으로부터 결산분배 현장을 꾸미던 농민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손전화로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올 농사 작황을 선전한다며 곡창지대인 황해도에서 먼저 결산분배를 진행하는 모습을 널리 선전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발단”이라고 이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결산분배는 농작물 탈곡이 완전히 끝나고 대개 11월말부터 진행해야 하는데, 10월 중순 전부터 당국이 결산분배를 진행하라고 지시하니 농장에서는 급히 탈곡한 쌀마대는 주석단 앞에 놓고 그 뒤로 모래마대를 높이 쌓아놓고 당의 배려로 결산분배가 잘 진행되는 현장을 연출하다 발생된 인재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이어 “원래 결산분배는 쌀마대를 5미터 정도 쌓아놓고 한다”며 “그런데 올해는 쌀마대를 10미터 이상 높이 쌓도록 조치해 탈곡이 끝나지 않은 농장에서는 모래를 마대에 넣고 쌀 마대처럼 높이 쌓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탈북자동지회 서재평 회장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농장에서 결산분배 현장을 꾸미느라고 쌀마대 대신 모래마대를 높이 쌓다가 사고 나는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서재평 회장: 결산분배를 홍보하는 차원에서 쌀 마대를 뒤에 높이 쌓고 그 앞에서 춤추고 꾕가리 쳐야 하는데 실제 생산량은 적은데 고(높이)를 높여야 하니 모래가마니를 축조하던 중에 쌓았던 것이 무너지면서 사람이 깔리는 사고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서 회장은 이어 올 농업생산에서 풍년이 왔다면 결산분배 현장에 쌀마대를 쌓는 행사보다는 농민들에 차례지는 실제 분배량을 늘려야하는 것이 북한 당국의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농민 추락사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소식통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사고 소식을 전하면서 드러났습니다. RFA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공식 확인을 하지는 못 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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