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밀된장 못 먹겠다, 콩된장 달라”
2024.09.30
앵커: 북한이 밀농사를 적극 추진하면서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콩된장이 올해 들어 밀된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주민들은 밀된장의 품질이 낮아 먹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30년 넘게 식량부족을 겪어온 북한은 식량 해결을 위해 2021년부터 옥수수 재배 면적을 줄이는 대신 밀과 보리 농사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밀 생산이 늘면서 북한 각 지역에서 콩 대신 밀로 만든 된장이 주민들에게 공급되고 있습니다. 밀된장 공급은 전국적 현상으로 각 지역에서 생산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밀된장 공급이 확산되는 상황입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8일 “올해부터 신포시에서 콩된장 대신 밀된장이 주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다”며 “대부분 주민들이 밀된장을 먹지 못하겠다고 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밀된장을 못 먹겠다고 하는 이유는 된장의 색갈(색상)이 허연 게 보기조차 싫은 데다 이전에 공급되던 콩된장에 비해 맛도 형편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밀 껍질을 제대로 벗기지 않아 먹을 때 껍질이 씹히고 쉰내 같은 이상한 냄새가 나는 등 품질이 정말 낙후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고난의 행군으로 식량, 공업품 등 모든 공급이 끊긴 이후 그나마 주민 공급이 근근이 유지되던 유일한 식품이 바로 (콩으로 만든) 된장”이었다며 “매월 정상적으로 공급된 건 아니지만 한번에 한 가정에 1~2kg씩 공급되었다”고 말했습니다.
2000년 이후 북한은 생활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불만을 눅잦히기(누그러뜨리기) 위해 된장 간장 공급을 추진했습니다. 먼저 각 도에 우선 기초식품공장이 건설되었고 이어 시, 군에도 이미 있던 장공장, 식료공장을 기초식품공장으로 전환하고 된장 간장 생산에 주력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된장이 콩된장에서 (올해부터) 밀된장으로 바뀐 건 콩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식료상점을 통해 작년까지 공급된 된장도 100% 콩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강냉이(옥수수)를 섞어 만든 것이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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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나선시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당국의 조치에 따라 (지역별로 생산공장이 꾸려지는대로) 밀된장이 생산 공급되고 있다”며 “콩된장에 비해 밀된장이 정말 맛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콩된장도 그렇고 현재 밀된장 공급도 무료가 아니라면서 나선시에서 밀된장 가격은 북한 돈 1200원(미화로 0.07달러)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각지에 꾸려진 기초식품공장에서 간장 된장 기름(식용유) 등을 생산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주민들에게 공급된 건 된장뿐”이라며 “기초식품 공급을 위해 전국에 콩 농사 열풍이 불었음에도 원료 부족으로 생산이 충분하지 못해 4대 명절(설날, 김일성 생일, 김정일 생일, 노동당 창립일)에 명절물자로 (콩으로 만든) 된장을 준 적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각 기초식품공장에서 간장도 생산되긴 했지만 생산량이 적어 간부들에게 주로 공급되었고 주민들에게는 명절 때 어쩌다 조금씩 공급되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그는 “기초식품공장에서 만든 된장이 집에서 정성껏 만든 메주 된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먹기 괜찮았다”며 “자체로 된장을 담글 수 없거나 개인이 만든 메주 된장을 사 먹을 수 없는 많은 가정이 식료상점에서 공급하는 된장에 의존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공급되는 밀된장이 너무 짜고 생산 후 보관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쉰내까지 나 못 먹겠다는 반응이 많다”며 “된장만은 그냥 콩된장을 생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소식통은 콩된장은 아예 종식된 것이 맞다며 현재 공급되는 밀된장에 콩은 사용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말 한국 농촌진흥청은 2023년 북한의 밀 보리 생산량을 2022년 보다 22.2% 증가한 22만톤, 콩 생산량은 5.6% 많은 19만톤으로 추정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