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해외파견 노동자 통제강화 속 송환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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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코로나 19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여객기를 보냈습니다. 3년 6개월만의 비행 재개에 현지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들이 심각하게 동요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세한 내용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25일 오전 11시 14분.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고려항공 여객기는 약 3시간 후인 오후 2시에 북한 노동자 등 북한으로 귀국하는 승객들을 싣고 다시 평양으로 돌아갔습니다.

코로나 19로 중단됐던 북한-러시아 하늘길이 3년 6개월만에 열린 겁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러시아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입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현지인 소식통(신변 보호를 위해 익명 요청)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당국이 노동자들의 탈출을 우려해 ‘불만이 많은 노동자들’, ‘말썽 분자들’을 우선 송환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동이 잦고 열린 공간에서 일을 하는 건설 노동의 특성상 탈출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최근까지도 탈북을 위해 도망가는 북한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최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북한 노동자들을 만났던 강동완 동아대 교수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노동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북한 당국의 통제와 감시가 삼엄해졌다”고 전했습니다.

강 교수는 북한 당국이 러시아에 체류중인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귀환을 서두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강동완 교수 :제가 한 2주 전에 현지에 계신 분하고 통화했는데, 그 전까지는 (북한 노동자들) 2-3명 정도씩 밖에 나와서 활동도 하고 현지사람들과 접촉도 할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완전히 차단돼서 합숙소에 집결을 시켜놨다고 들었습니다. 그 만큼 북한 당국으로서는 지금 연해주 지역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심리, 충성도나 사상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북한으로 보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됩니다.

강 교수는 러시아에 체류 중인 현지 북한 노동자들 역시 국경 개방 소식에 심하게 동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항공편이 재개되면 본인들이 송환 1순위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탈북을 마음먹었던 사람들은 마음이 조급한 상태라고 강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그는 “특히 코로나 19 시기까지 겹쳐 10년 이상 (러시아에) 나와있는 (북한) 노동자들도 많다”면서 “이들은 북한에 돌아갔을 때 다시 적응해서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내적인 고민들이 굉장히 심해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에서 머무는 동안 자유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남한의 경제적 발전상과 같은 외부 정보를 많이 얻어 북한에서 배웠던 교육과의 괴리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는 약 3-4천 명 선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으로의 송환을 고대하는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중국 단둥의 한 현지인 소식통(신변 보호를 위해 익명 요청)은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일을 해도 당과 관리인들에게 충성자금을 상납하고 나면 모을 수 없는 구조인데다 암 등 중병에 걸린 환자들이나 두고 온 가족들이 보고 싶어서 빨리 돌아가길 원하는 노동자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중국에 외화벌이를 위해 파견된 북한 노동자 수는 10만 명 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지난 18일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은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관계자를 인용해 25일과 오는 28일 2차례 북한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 운항이 예정돼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중국 민항 당국도 최근 고려항공에 대해 3월 26일에서 10월 28일까지 매주 화·목·토요일 평양-베이징 노선 운영을 승인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본격적인 국경개방에 앞서 군사작전 펼치듯 항공기까지 띄워 해외 파견 노동자들을 신속히 송환하고 나서면서 외부세계를 맛본 북한 노동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