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살림집 건설장 이탈자 증가…“고강도 노동 못견뎌”
2023.07.10
앵커: 올 2월 착공된 평양 화성지구 2단계 1만세대 살림집 건설과 서포지구 살림집 건설 등에 동원된 청년돌격대원들이 고된 노동으로 현장을 이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올해 추진하는 수도건설사업에는 평양 화성지구 2단계 1만세대 건설과 평양 서포지구 4천세대 건설, 강동온실농장 건설이 있습니다. 지난 2월 착공된 방대한 규모의 수도 건설에 전국에서 조직된 청년돌격대원들이 동원되었는데, 일부 대원들은 노동 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달 초 평양살림집건설에 동원됐던 아들(28세)이 집에 왔다”며 “현장에서 몰래 도망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신의주신발공장 노동자였던 아들은 지난 3월, 도에서 조직한 청년돌격대에 선발되어 평양화성지구 2단계 살림집 건설에 나갔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기초공사부터 청년돌격대원들은 옥수수밥에 무국을 먹으며 주야 노동에 내몰리다 보니 잠자리에서 (통증 때문에)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청년들이 많다는 말을 아들에게 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강도 높은 노동에 내몰리다 보니 아들이 일하는 청년돌격대 소대에서 집으로 도망간 청년이 지난달 말에도 세 명이 있었다”며 “돌격대 소대장이 이들을 데리러 신의주에 왔으나 영양실조로 집에 누워있어 그냥 돌아갔다”고 말했습니다.
평양살림집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청년돌격대원이 이탈하면 청년돌격대 소대장도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에 소대장은 건설장에서 도망친 청년들의 문제를 그대로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영양실조로 집에 보낸 것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통상 돌격대원 중에서 영양실조나 질병 등으로 일주일 이상 일어나지 못하면 대부분 집으로 돌려 보내는 관례를 이용해 책임 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는 겁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안주시에서도 지난 3월 말 200명의 청년들이 돌격대로 선발되어 평양 서포지구 살림집건설에 파견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수도건설장에서 기초공사가 끝나고 골조공사에 진입하자 강도 높은 노동에 견디지 못하고 청년돌격대원 두 명이 지난달 말에 집으로 도망쳤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원래 이들은 일을 잘하여 속보판(더 큰 성과를 독려하기 위한 선전선동 게시판) 에도 혁신자로 소개되었다”며 “하지만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하루 12시간 일하다 보니 몸이 허약해져 자리에 누웠지만 돌격대에서는 아무런 치료도 해주지 않아 반발심으로 집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수도건설은 일반건설이 아니라 공화국을 압살하려는 적들에 국가의 위상을 보여주는 투쟁이라고 강조하면서 당국이 계속 청년돌격대원들을 강도 높은 건설에 내몬다면 앞으로 현장을 이탈하는 청년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당국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2025년까지 평양에 해마다 1만 가구씩, 총 5만 가구의 살림집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3년째인 이번 계획에 따라 지금까지 2만여 가구가 공급됐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