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식량난 부추기는 송년회 없애라”

서울-손혜민 xallsl@rfa.org
2023.12.20
북 “식량난 부추기는 송년회 없애라” 평양의 만수교 식당에서 여종업원이 맥주를 나르고 있다.
/AP

앵커 : 연말을 맞아 각 공장기업소와 협동농장 등에서 송년회 조직이 한창입니다그런데 올해북한 당국은 송년회가 국가 식량난을 부추기는 행위라며 단속에 나섰습니다북한 내부 소식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해마다 12월 중순이 지나면 북한의 공장기업소 노동자들과 협동농장 농민들의 연말 송년회 즉 망년회가 조직됩니다. 이날만큼은 쌀밥과 떡고기와 술 등을 상에 차려놓고 한 해 설움을 털어놓으며 즐겁게 보내왔는데 올해 북한 당국이 갑자기 송년회를 통제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입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낙원기계공장 제관직장 산하 작업반 망년회가 25일로 예정됐었는데 갑자기 취소됐다”며 “망년회를 금지하라는 당의 지시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 위치한 낙원기계연합기업소는 3만 명 정도의 종업원이 일하는 특급 기업소입니다산하에 주철직장주강직장제관직장가공직장 등이 운영되는데 각 직장마다 집체적으로 조직됐던 연말 송년회가 당국의 지시로 취소됐다는 것입니다.

 

“직장별, 작업반별 노동자들이 해마다 집체로 모여 즐겁게 놀던 망년회가 통제되어 취소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25일 예정됐던 작업반별 망년회 비용은 노동자 1인당 쌀 500그램과 현금 3천 원(0.35 달러)이 부과되었으며술은 작업반 자금으로 구입하도록 조직됐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당국이 쌀과 곡물로 생산한 술을 낭비하며 먹자판을 벌려 망년회를 하는 것은 나라의 식량난을 부추기는 행위”라며 금지했고 “이 같은 지시에도 몰래 진행하는 단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위해 익명요청)도 “연말을 맞으며 은산군 농장작업반 망년회가 조직되어 있었지만 망년회를 없애라는 당국의 지시로 전부 취소됐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마다 농장 망년회는 작업반 자체로 벼와 콩을 비축해 놓았다가 망년회 날, 농장에서 가장 넓은 농민의 집에 모여 떡과 쌀밥두부고기 등을 차려놓고 농민들이 밤새 즐기는 날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하지만 당국이 식량을 낭비하면서 먹고 노는 것은 건전한 사회주의 문화에 어긋나는 비사회주의적 행위라면서 농장마다 조직한 망년회를 금지하도록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일부 주민들 속에서는 망년회를 통제한다고 나라의 식량문제가 해결되냐며 연말 망년회를 통제하고 있는 당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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