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샤프박사: “비폭력 저항운동, 북한에서도 가능”

200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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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학자인 진 샤프 (Gene Sharp, 77)박사가 지난 1993년에 쓴 <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From Dictatorship to Democracy)>가 세르비아에서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 등지에서 최근 발생한 민주화혁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하버드대 산하의 아인슈타인 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샤프박사는 이러한 비폭력 저항운동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국가들 중 하나인 북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3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회견에서 밝혔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언론들이 최근 지난 2003년에 일어났던 그루지야의 장미혁명,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올해 초 키르기스스탄의 레몬혁명의 성공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은 바로 샤프박사의 저서인 < 독재에서 민주주의로>라고 평가했는데요,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물론입니다. 세르비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제 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특히 제 책이 그 나라 말로 번역되어 출간된 이후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루지야에서는 밀로셰비치 정권을 붕괴시킨 구 유고의 시민혁명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밖에도, 아제르바이잔,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중동 등에도 이 기운이 번져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은 독재정권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써야하는지, 폭력대응에 맞서 어떻게 질서를 유지하고, 특히 저항운동을 할 경우 전략적 계획을 갖고 임해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유럽에서는 박사님의 이론이 현실화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어로도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습니까? 본래 비폭력 시위로 시작됐던 천안문 사태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시 우연히 현장에 계셨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왔다고 한 신문에 밝히셨던데요.

천안문 시위는 매우 어려운 운동이었습니다. 일단 참가자들이 아무런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당시 존경받던 지도자 (호요방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장례식에 가서 그를 추모하려던 사람들 사이에 우발적으로 전개되었거든요.

그런데 그들은 단지 천안문 광장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을 뿐입니다. 당시 베이징 말고도, 중국의 수백 개 도시에서도 시위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정부 관리들도 이 시위대들에게 공감을 했는지, 자신들이 일하는 건물의 창가에 와서 시위대들에게 돈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시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요. 심지어 일부 군인들도 광장에서 시위자들에게 발포하기를 거부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과 새로 시위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광장에서만 있었습니다. 만일 당시 시위가 벌어지고 있던 다른 도시들로 흩어져서 이를 대규모 정치적 파업으로 확대시켜서, 지방 행정단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했다면 성공했을 겁니다. 사람들이 체재에 협조적으로 굴지 않으면, 체재는 결국 약화되고 마비되는 것을 그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겁니다.

샤프박사께서는 책 서문에서 ‘나치와 공산주의 하에서 고통 받은 사람들을 만나며 독재정치의 공포에 대한 문제의식이 심화됐다’고 밝히셨는데, 박사님의 이론이 공산주의 독재국가인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일반적으로 제가 주장하는 비폭력 저항운동의 방법들은 구소련이나 나치 정권같이 매우 억압적인 정권하에서도 사용됐습니다. 이 방법들은 심지어 홀로코스트 대학살에서 유대인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비록 북한에서처럼 공개적인 저항운동이 없다고 해도 가능합니다. 공개적 저항운동이 반드시 있어야 시작돼는 것은 아니거든요. 소규모의 사람들이 함께 미리 준비를 하고, 의견을 퍼뜨리면, 사람들이 동조를 하고, 결국에 가서는 무슨 일이든지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박사님께서는 책에서 구체적 전술로 시위와 벽보, 거부 (boycott) 등을 제시하셨는데, 북한같이 통제된 사회에서 가능하겠습니까?

북한 같은 경우는, 비협조 (non-cooperation)가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퍼뜨리는 것이 첫 걸음이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여러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데, 구두를 통해서 혹은 방송을 통해서든 지요. 인쇄물도 한 방법이구요.

제가 가능하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이미 과거에 매우 억압적 정권하에서 이런 방법들이 쓰여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철통같은 스탈린 정권하에서도 불법 출판물들이 존재했는데, 때로는 타자수들이 몇 장의 복사본을 만들어 주위에 돌리기도 했습니다. 또 나치정권하에 시달렸던 네덜란드에서도 수천부의 일간지가 몰래 인쇄돼 사람들에게 읽혀지기도 했습니다.

장명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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