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의 한 언론인이 최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북한 아이스 하키선수들의 활동을 일주일간 밀착 취재하고 온 내용을 인터넷에 올려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정아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언론인 피터 콕스 씨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2013 국제 아이스 하키 연맹 (IIHF) 세계선수권’에서 북한과 아랍에미리트 간의 아이스 하키 경기를 취재하고 온 내용을 최근 온라인 뉴스 매체인 데드스핀 (‘deadspin’)에 올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콕스 씨는 세계선수권 대회가 열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 타운에서 4월 15일부터 21일까지 북한 선수들의 경기 모습뿐만 아니라 활동을 담은 사진들을 올리면서 “북한에는 7개의 직업 하키팀이 있으며, 평양 팀이 가장 우월하다”고 북한 하키팀 매니저를 인용해 전했습니다.
세계적인 석유 수출로 부를 축적한 아랍 에미리트의 선수들은 가장 최신 장비를 자랑했지만, 북한 선수들은 매우 낡고 값싼 장비들로 경기를 치뤘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북한 선수들의 경기 장갑을 ‘전투에서 싸워 닳아 빠진 듯 했다’고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북한 선수들이 5대 3으로 이겼습니다.
콕스 씨는 북한 선수들이 경기를 수비위주로 이끌어 갔다면서, 경기 전반부를 수비에 중점을 두며 상대편의 플레이를 지켜본 후, 후반전에 점수를 득점하는 식의 전략을 구사했다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하키팀은 상대편의 플레이에 따라 경기 전략을 끊임없이 바꾸어 갔다고 전했습니다.
<유투브 – 하이 경기 사운드>
북한 하키팀의 주장인 리최민 선수가 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에서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우리 모두가 경외하는 위대한 수령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생신이다. 긴 여행 후에 매우 피곤했지만, 조국에 있는 김정은 동지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콕스 씨는 북한 선수들이 기자회견서 한 발언은 외국인 기자들이 북한 선수들로부터 예상한 정형화된 답변 그대로였다면서, 북한 하키팀 선수들이 운동 선수라기보다는 딱딱한 ‘군인들’ 같아 보였다고 비유했습니다.
그들은 똑같이 값싼 폴리스터로 만들어진 붉은색 운동복을 맞춰입고, 걸을 때나 행동할 때 맞춘 듯한 정형화된 모습을 보였다고 콕스 씨는 전했습니다.
콕스 씨는 이번 경기가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미국과 한국을 향해 핵 전쟁을 치르겠다며 세계 언론을 달굴 때 치뤄졌다면서, 북한이 스스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모습을 북한 아이스 하키 선수들에게서도 찾았습니다.
콕스 씨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선수를 인용해 “북한 선수들은 사교적이지 않았으며, 항상 심각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북한 선수들은 선수 대기실에 붙여져 있는 ‘North Korea’, 즉 ‘북한’ 라는 푯말을 보자마자 찢어 버렸다면서, 곧바로 ‘조선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푯말을 만들어 붙였다고 알려졌습니다.
콕스 씨는 이어 유일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북한 남자 하키팀의 매니저 리 송철씨와 나눈 대화들을 소개했습니다. 리 씨는 콕스 씨가 던지는 모든 질문들에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았으며, 감정을 배제한 사실적인 대답만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콕스 씨는 근 일주일 간의 경기 일정 가운데 북한 코치와 선수들과 대화를 하거나 알아가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면서, 북한 밖을 여행하는 소감이라든가, 새 지도자 김정은이나 미국 에 대한 생각 등 일반적인 인터뷰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국제 아이스 하키 연맹 (IIHF)에 따르면 북한의 남자 하키선수팀은 세계 45위, 그리고 여자 하키선수팀은 3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