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북한에도 ‘가사 도우미’ 등장

북한에서 가정일은 아내의 몫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의식의 변화가 생겨 쉬는 날 가사를 분담하는 가정적인 남편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일부이긴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가정일을 돕는 ‘가사 도우미’도 등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서울-노재완 xallsl@rfa.org
2009-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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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여성들은 사회에서나 집안에서나 할 일이 많습니다. 가사는 물론이고 육아와 집안 행사를 챙기는 일이 거의 모두 여성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더 늦게 하루 일과를 끝냅니다. 노동과 희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전반적으로 부당하게 많은 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연구 조사가 밝힌 바로는, 현재 북한의 16세에서 30세 사이의 민간 노동력의 90% 이상을 여성들이 채우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제도적으로는 남녀평등권이 보장돼 있어 교육과 노동의 권리도 평등해서 직업을 가진 여성이 많지만, 가사와 직장 일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들에게는 '평등'도 짐이 되는 셈입니다.

결국, 제도적으로는 여성들이 평등을 누리고 있지만,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집안 안팎의 일을 도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식량난이 악화하고 여성들이 생계를 책임지면서 여성의 목소리가 최근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층 출신의 탈북자는 “국가에서 배급이 끊기자 여성들이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해 북한 사회에서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면서 “여성들이 어떻게든 돈을 벌기 때문에 집에서도 큰소리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요즘 북한의 언론 매체에서는 남성들의 가사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북한의 가부장적인 세계관도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탈북자 이나경 씨입니다.

이나경: 기존에는 남자들이 부엌에만 서면 남자 구실을 못한다고 좀 아니 곱게 봤지만, 이제는 오히려 남자 할 일, 여자 할 일 가려서 하는 남자들을 남편이 아니라 ‘불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한편,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가정일을 돕는 ‘가사 도우미’가 2000년대 이후 북한 사회에서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평양이나 일부 대도시에 국한된 현상이지만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대체로 돈과 함께 권력을 가진 중앙당 간부나 지방에 자주 장기 출장을 가는 여성의 집은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이것은 공식적으로 금지된 일이지만 점차 확산하는 추세라고 탈북자들은 전합니다.

‘가사 도우미’는 당국의 감시를 피하고자 지방의 먼 친인척이라고 속이고 편법으로 고용한 집에서 숙식하면서 일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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