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재일교포 북송사업 피해자들이 결성한 진상규명위원회가 한국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북송사업에 대한 공식 조사를 신청했습니다. 대규모 북송사업에 관련된 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9일 서울에 있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찾은 재일교포 북송사업 피해자들.
지난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이뤄진 북송사업으로 북한에 정착한 뒤 다시 탈북해 한국에 거주하는 재일교포 10여 명과 북한에서 태어나 탈북한 이른바 ‘북송 2세’ 20여 명 등 당사자 30여 명입니다.
이들은 피해자들과 북한 인권단체 등이 모여 결성한 ‘재일교포 북송사업 진상규명위원회’를 대표해 진실화해위에 북송사업에 대한 공식 조사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전달했습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북한으로 간 재일교포 가운데 상당수가 정치범으로 몰려 정치범 수용소에서 희생당한 사례가 너무 많습니다.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교포들 가운데 정치범 수용소에서 희생된 많은 이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재일교포 북송사업 진상규명을 위해 한일 민간단체가 연대해 이번 달 결성됐고, 일본 ‘모두모이자’와 한국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북한인권단체들도 참여했습니다.
이들이 진실화해위에 요청한 것은 북송사업 당시 한국정부의 입지와 대응조치에 대한 재조명, 피해자 전체 명단 확보 및 공개 등입니다.
신청서에는 가해자로 북한 정부 및 북한 적십자사,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등이 기재됐습니다.
북송 재일교포의 손자로 9살때 요덕15호관리소에 온 가족과 함께 수감됐던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신청 접수 뒤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으로 건너간 가족들은 지옥에서 살았다”고 호소했습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재일교포 가족 중 정치범으로 몰리지 않은 이가 없었고 많은 사람들은 고난의 행군때 굶어서 죽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피해에 대해 그 누구도 관심이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물론 일본 정부, 조총련 모두가 책임져야 할 심각한 인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북송 사업으로 북한에 건너가 43년을 거주한 뒤 지난 2003년 탈북한 ‘모두모이자’ 대표 가와사키 에이코 씨는 북송 사업에 대한 성공적인 조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했습니다.
가와사키 에이코 '모두모이자' 대표: 오늘 한국에서 이런 날을 맞이한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금까진 북한 문제 가운데 가장 전형적인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북송 문제 해결에 국가가 나서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날을 아주 기쁘게 생각하며, 이 사업이 큰 성과를 거둬 모든 사람들이 그 결과물을 쟁취했으면 합니다.
재일교포 북송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향한 교포는 일본 국적인 가족 6천700여 명을 포함한 9만3천여 명으로, 당시 재일교포 인구 6.5명 가운데 1명에 이르는 대규모 민족 이동이었습니다.
앞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014년 재일교포 북송사업을 납치·강제실종 등 반인도적 범죄로 분류한 바 있습니다.
대규모 재일교포 북송사업과 관련된 조사 신청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