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주민 감시가 갈수록 강화되는 북한 사회에서 최근 배신자를 뜻하는 '유다'라는 호칭이 사법당국의 행태를 비판하는 은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전합니다.
기독교 경전인 성경에서 유다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사람이었으나 은화 30냥에 예수를 팔아 넘겨 배신자의 상징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에서도 주민 동향을 감시해 사법기관에 보고하는 통보원과 5호담당 선전원 등을 은밀히 ‘유다’로 호칭하며 비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1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코로나 생활고가 장기화되면서 김정숙군에서 유다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라며 “유다는 배신자를 의미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그는 “요즘 우리 동네에서는 탈북하고 싶다고 말을 한 주민을 지역 보위부에 보고한 통보원 같은 사람을 ‘유다’라고 손가락질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는 인민반마다 통보원 한명을 두고 있습니다. 일반 주민들 속에서 선발된 통보원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주민동향을 파악해 지역 보위부와 안전부에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코로나 생활고로 민생을 외면하는 당국에 대한 비난이 늘어나자 북한은 올해부터 통보원들에게 주민 사상동향을 사소한 것이라도 매일(주7회) 자료화하여 보위부와 안전부에 보고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인민반 사람들과 밀착생활 하고 있던 동네 통보원이 친하게 지내던 옆집 여자가 국경이 열리면 탈북을 하겠다고 말한 것을 보위부에 보고했고, 이 일로 해당 주민은 보위부에 불려가 단련 받고(곤혹을 치루고) 왔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동네 사람들은 통보원이 지나가면 ‘유다’라고 욕을 하며 외면하면서 같은 주민을 감시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당국의 행태 역시 유다나 같다고 비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도 “평성에서는 가까운 사람의 뒤통수를 치는 등 의리가 없는 사람을 ‘유다’ 같은 놈이라고 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가까운 사람들의 움직임과 사소한 말까지 보위부와 안전부에 보고하고 있는 5호담당선전원이 현대판 유다로 욕을 먹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에는 인민반 통보원보다 한층 더 주민 감시 체계가 조밀한 5호담당제가 있습니다. 1958년 김일성이 평안북도 창성군 약수리에서 “유급간부 한 사람이 5호씩만 책임지고 사상교양사업과 경제사업 등 일체 생활을 지도하도록 하라”고 지시하며 5호담당제가 도입된 것입니다.
공장과 학교 등에서 선발된 열성당원이 주민 다섯 세대를 책임지고 당 정책 선전대로 주민생활지도를 한다는 명목으로 주민생활을 직접 간섭하고 통제하고 있는데, 이를 실행하는 사람을 5호담당선전원이라고 합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장기화로 민심이 나빠지자 당국은 인민반 통보원과 5호담당선전원을 동원해 주민 감시에 주력하고 있다”며 “그것도 모자라 비밀리에 정보원들을 주민들 속에 심어 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주민들은 누가 유다인지 모르니 누구도 믿지 말라고 말을 하면서 주민들 간 불신을 조성하고 있는 당국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북한에서는 일부 국경도시와 내륙지역에서도 지하교회가 운영되고 있어 예수와 유다에 대해 일반 주민들에게도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의 지하교회 교인 관련 통계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제 기독교선교단체인 '오픈도어스(Open Doors)'는 올해 1월 보고서에서 북한 내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가 세계 최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관련기사)
당시 오픈도어스는 신뢰할 수 있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2022년 지하교회에서 수십 명의 북한 신도들이 발각돼 처형당했으며, 이들의 가족까지 모두 100여명이 체포돼 강제 수용소에 보내졌다고 전했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