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붙는 것보다 조총련 조선대 떨어지는 게 더 힘들어”
2024.09.30
앵커: 조총련, 즉 재일본조선인 총련합회와 북한 사이의 교류가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조선학교 진학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재일교포 출신 박향수 ‘자유왕래회(Free to Move)’공동대표는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영상 인터뷰에서 조총련과 북한 사이 교류가 본격적으로 재개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최근 다시 조총련 인사들의 이른바 ‘조국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일 조선대학교 ‘졸업학년학생 조국방문단’도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조총련의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들이 평양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고, 림흥거리에 있는 화성대동강맥주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모습, 북한 정권수립일 76주년을 앞두고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경축 집회에 참석해 북한 학생들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 등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젊은세대 재일교포들 사이에선 조선학교에 진학하는 것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표] (최근까지 자녀들을 조선학교 보냈다는 사람에게 들었습니다) 고등학교부터 일본 일반 학교를 보냈는데, 아이들이 ‘나를 지금까지 왜 그런 학교에 입학시켰냐고’ 원망했대요. 지금은 너무 즐겁다고 하더라고요. (조선학교에는) 학우들도 적고 가르치는 내용도 소년단 활동에다가 북한 노래밖에 안 가르치고 있고요. 밖을 둘러보면 BTS 등 한류가 난리인데….
조총련계 출신 부모를 둔 아이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조선학교에 진학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금방 실태를 깨닫는다는 겁니다.
[박 대표] 조선학교 학생들은 조선대학교에 안 가려고 난리고요. 지금 조선대학교가 예전 규모보다 3분의 1 이상 줄었습니다. 내부에 다니는 학생한테 들었는데 도쿄대 붙는 것보다 조선대학교를 떨어지는 게 더 힘들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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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조총련 차원에서 이번에 방북한 조선대 학생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북한 여행관련 게시를 자제시켰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박 대표] 이전에는 학생들이 개인 SNS에 올렸었어요. 북한 가기 전에 가져가야 될 리스트, 이런 것을 올리고 어떤 물품을 챙겨서 선물로 가져가면 좋을지 이런 것도 공유를 하고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에 보면 SNS에 개인이 올리는 게 현저히 줄었어요.
현재 일본에서 조총련과 조선학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이를 자체적으로 제한했을 거란 분석입니다.
박 대표는 조총련 산하 은행 지점장을 지낸 아버지의 영향으로 고등학교까지 조선학교를 다녔했지만, 북송사업으로 북한에 간 삼촌의 실종 이후 조총련과 단절하고 북한 정권의 실태를 알리는 인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통일'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가운데, 조총련에서도 이에 따라 ‘통일’ 지우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서 조선학교의 교육 핵심 가치관 ‘통일’을 지우는 것에 대해 많은 총련 관계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디터 이상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