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비현실적인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
2024.10.09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1950년 한국전쟁 이후 가장 높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반도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인데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 7일,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의 기고문을 게재했습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조만간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북한이 향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극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키웠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영호 통일부 장관 역시 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은 7일 시작된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해 ‘두 국가’를 명문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 군사적 긴장을 높여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네. 먼저 매닝 연구원의 분석을 좀더 살펴보죠. 포린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매닝 연구원은 2개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를 가정했는데요. 이거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금혁: 로버트 매닝 연구원이 제시한 두 개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를 먼저 간략하게 들여다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북한이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반발해 연평도를 포격한 뒤 직접 병력을 상륙시키는 시나리오인데요. 이에 맞서는 한국은 공군과 해군을 동원해 북한 함정 등을 공격하고, 해병대를 연평도에 투입하여 연평도에 침입한 북한군과 교전을 벌인다는 내용이죠. 상황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북한이 재래식 전력 차이를 뒤집고 상황을 주도하기 위해 서해상의 무인도에서 전술핵무기를 터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일종의 국지 도발에서 시작해 양측이 보복에 보복을 할 시 전면전으로 치닫고 전술핵무기를 동원한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죠. 매닝 연구원은 실제로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상황 관리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 안정적인 외교, 군사적 채널이 없다는 것이죠.
이어 매닝 연구원은 NIC 출신 마커스 갈러스카스가 지난해 공개한 대만과 한반도에서의 동시 전쟁 발발 가능성을 두 번째 시나리오로 제시했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중국의 대만 침공시 미국이 아시아의 군사력을 이 지역에 투입하는 틈을 노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가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과 북한이 동시에 대만과 한국을 각각 침공하는 시나리오도 언급이 되었죠.
두 시나리오 모두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분석 측면에서 나름의 근거를 잘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현 시점 한반도의 위기론을 말하는 것은 조금 시기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어떤 걸 근거로 들 수 있을까요?
김금혁: 우선 북한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상당수의 포탄과 무기, 미사일을 러시아에 팔아 넘겼습니다. 러시아가 현재 사용 중인 포탄의 절반 이상이 북한에서 건너왔다는 보도도 있었죠. 그 말은 곧 북한은 현재 전쟁이나 국지 도발을 수행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북한이 보낸 수백만 발의 포탄은 북한이 전시를 위해 비축해둔 물자인데요. 매닝 연구원이 언급한 6개월에서 18개월이라는 시간은 북한이 그 전시비축분을 다시 채워 놓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고 북한은 그런 생산 능력이 없습니다. 쉽게 말해 연평도 침공과 같은 대규모 도발에 나설 수 있는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것이죠. 시나리오 상에선 가능한 얘기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북한이 전술핵을 사용한다는 가정 역시 무리에 가깝습니다. 연평도 국지 도발에서 북한이 밀린다고 해서 북한이 전술핵을 사용할 것이라는 가정은 비현실적입니다. 왜냐 하면 북한이 핵을 사용할 시 한미 역시 압도적으로 높은 확률로 핵을 사용할 것이며 그 목표는 김정은입니다. 연평도 하나 얻겠다고 핵을 사용한다는 가정은 김정은의 목숨이 연평도보다 못하다는 뜻인데, 그게 말이 안 되죠. 북핵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에서 출발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정리한다면, 국지 도발의 가능성에 대해 눈 여겨 볼 필요는 있으나 매닝 연구원의 주장은 성급하고 지나친 일반화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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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금혁 씨가 보기에 북한 당국 입장에선 이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김금혁: 현재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이나 한국을 대상으로 과거와 같은 군사 도발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북한에게 시급한 것은 현재의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 다시 국제 무대에 복귀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제재도 풀 수 있고, 경제적 어려움에서도 탈출할 수 있겠죠. 하지만 북한은 언제나 선제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핵국가로서 인정을 받겠다는 것인데요. 지금까지는 그것이 불가능에 가까웠으나 트럼프 후보가 만약 당선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애초에 트럼프 후보 측도 비현실적인 비핵화 보다는 어느 정도 북한의 요구를 수용한 상태에서 안정적인 북한 관리가 훨씬 수월하고 공적으로 내세우기에도 좋으니 북한과 협상에 나설 것입니다.
북한이 현재 원하는 그림은 트럼프 당선 이후 북핵 인정, 핵 군축 협상을 통한 경제적 원조, 대북 제재 해제, 평화 협상 등등이 있겠죠. 이 모든 걸 이루기 위해 북한은 당분간 세계를 놀라게 할 도발이나 무력 시위는 자제하고 트럼프에게 힘을 실어주려 할 것입니다. 트럼프의 기를 살려주고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을 얻어내면 그만 아닙니까.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매닝 연구원이 제시한 북한의 도발 시나리오는 북한 입장에서도 조금 황당하겠죠. 시기와 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은 일방적인 이론이고 늘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식상한 주제이기도 하니까요.
기자: 지난 7월,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의 경제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자체 연구 결과, 예상 가능한 모든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의 결론은 김정은 위원장의 몰락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한국과 북한 간 전면전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매닝 연구원은 이번 기고문에서 "김정은은 외부를 향해 무엇인가 메시지를 보내고 싶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전쟁 가능성을 높인다고 얻을 수 있는 게 더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보내고 싶은 메시지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김금혁: 매닝 연구원의 시각에서 본다면 김정은이 외부 세계를 향해 발산하고 싶은 메시지는 자신들의 존재감이겠죠. 어느샌가 국제 무대에서 사라진 북한의 존재감을 다시금 알리고 한반도를 위기 상황으로 만들고 벼랑끝 전술로 자신들이 필요한 것들을 얻어내는 전략인 것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북한은 현재 군사적 도발로 뭘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고, 북한 역시 그 점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아예 도발을 멈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만, 적어도 미 대선을 코 앞에 둔 이 시점 북한은 무모한 도발로 앞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잃게 되는 멍청한 짓은 안 할 것으로 저는 봅니다.
기자: 다음 소식입니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에서 북한군 장교 여섯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병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4일,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도네츠크 인근 러시아 점령 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해 북한 장교 6명을 포함한 러시아 측 병력 20여 명이 사망했다"며 "북한군도 3명 이상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당시 북한군 장병들은 러시아군의 훈련 시범을 참관 중이었으며, 북한군 병사 3명은 모스크바로 후송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자: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에도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인데요. 북한군이 현지에서 사망한 소식이 전해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실제로 북한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동맹에 준하는 조약에 서명하는 그 순간부터 저는 북한군의 개입은 멀지 않았다고 보았고, 지난 방송에서도 여러 번 그 가능성을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참전의 규모는 앞으로 두고 보면 알겠지만 적어도 북한군이 러우 전쟁 현장에 파견된 점은 이번에 확인이 되었고, 장교들뿐만 아니라 병사들도 파견이 되었다는 점에서 일반 파견단이나 참관단 수준이 아닌 소부대 이상의 규모가 이미 전장 곳곳에 배치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는 충분히 있습니다. 말씀 드린 바와 같이 현재 러시아 군이 사용하는 군수물자 특히 무기나 포탄의 경우 북한이 제공한 포탄과 무기 상당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포탄의 경우 절반 이상이 북한산이라고 하죠. 북한과 러시아는 동일한 무기 체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원활한 숙지를 위해 북한군이 직접 현지에 나가 그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땅굴이나 진지 구축에 일가견 있는 북한 공병들이 러시아군의 진지나 참호, 후방시설을 지어주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요. 북한은 이미 그런 면에서 상당한 경험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우리가 현재 파악하지 못하는 더 많은 북한군이 이미 러시아 전선에 배치되어 수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