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북한 새 국경선 설정 여부 주시”
2024.10.08
앵커: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헌법 개정을 통해 이른바 ‘두 국가 관계’를 명문화하고 남측 해상국경선을 새로 그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여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8일 한국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남측으로 국경선을 새롭게 그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 한국 정부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북한이 국경선을 새롭게 긋는 내용이 이번에 포함될지 여부로,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에 대한 향후 분쟁이 심해질 것이란 예측을 할 수 있죠?) 네,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월 자신들이 인정하는 해상국경선을 적이 침범할 경우 주권침해이자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입니다.
지금의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한국전쟁 휴전 직후인 지난 1953년 마크 클라크 유엔 총사령관이 설정한 해상경계선으로, 북한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해온 바 있습니다.
김 장관은 북한이 헌법 개정을 통해 이른바 남북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명문화하고 앞으로 군사적인 긴장을 높여나갈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회의를 계기로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규정한 남북기본합의서를 파기하고, 헌법에서는 통일·동족과 같은 용어를 지울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김 총비서가 이른바 ‘두 국가론’을 내세운 것은 한국과의 체제 경쟁에서 완전히 패배했다고 자인한 것이란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 한국을 향한 동경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남측을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서 통일에 대한 생각을 지우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북한 쓰레기 풍선 살포와 관련해선 GPS, 즉 위치정보체계 교란 도발이 서해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를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갈수록 풍선 숫자도 많아지고, 살포도 의도한 곳에 이뤄지는 것 같다”며 “일종의 회색지대 도발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색지대 도발이란 명백한 군사적 행동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애매한 방식으로 유형·무형적인 공세를 가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김 장관은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를 한국 정부가 어디까지 참아야 할지, 이른바 ‘레드 라인’이 어디인지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풍선에 화학물질을 넣어 보내거나 한국 국민의 인명 피해가 날 경우는 명백한 도발로 간주해 정부 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이날 새벽부터 오전까지 한국을 향해 쓰레기 풍선 1백여 개를 띄웠고,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경기도 북부와 서울지역에선 60여 개의 낙하물이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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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를 지원하는 북한 정규군이 파견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김용현 한국 국방부 장관의 말입니다.
[김용현 한국 국방부 장관] 정규군 파견 문제와 관련해선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동맹에 버금 가는 상호 협약을 맺고 있기 대문에 추가 파병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용현 한국 국방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있었던 북한 군 장교와 병사의 사상자 발생은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앞서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포스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인근 러시아 점령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20여 명 가운데 북한 군 장교 6명이 포함됐다고 지난 4일 보도한 바 있습니다.
김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세계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북한 관계는 군사동맹 못지 않게 긴밀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며 한반도를 비롯한 역내 안보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면서 “한국 군은 핵에 기반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자랑스러운 과학기술 강군’을 건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