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최근 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도 청진과 평양을 오가는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운임이 일반 노동자의 20년치 월급에 육박하는 데다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익명을 요청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제 청진에서 평양까지 비행기로 갈 수 있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함경북도의 주민 소식통(신변 안전 위해 익명 요청)도 “최근 각 공장, 기업소, 인민반 회의에서 일반 주민도 청진-평양 간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는 교통 정책이 포치(하달)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항공운임만 보면 사실상 ‘이용불가’
두 소식통이 전한 항공 운임은 편도 미화 100달러, 현재 북한 환율로 계산하면 내화(북한 돈) 700만 원입니다.
북한 사법기관 일꾼 등의 한 달 로임이 내화 20만원, 생산직 노동자가 3~5만원 선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비싼 금액입니다. 특히 생산직 노동자의 경우 한 달 로임을 미화로 환산하면 약 0.4~0.5달러 수준으로,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편도 항공권 한 장을 사는 데 약 17~21년이 걸리는 셈입니다.
주민 소식통은 “청진에서 평양까지 장거리 버스로 이틀 정도 걸리고 열차로는 잦은 정전으로 인해 5일 정도 소요돼 주민들 사이에서 항공 운행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접근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격만 보면 “사실상 ‘이용 불가’ 선고나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비싼 운임, 달러 결제, 평양 통행증 3중 장벽
더 높은 장벽은 결제 방식입니다.
주민 소식통은 “항공 운임은 중국 인민폐나 내화가 아닌 반드시 달러로 결제해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최근 고급 주택 거래, 목욕비 등 상품 거래와 주민들이 이용하는 봉사(서비스)의 대금을 외화로만 받는 등 주민들이 보유한 달러와 위안화를 국가로 끌어들이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주민 대상 국내 항공편 운임마저 달러로 책정되면서, 주민들 사이에는 국가가 주민들의 ‘장롱 속 외화’를 끌어내기 위한 조치라는 비난이 나옵니다.

소식통은 “철천의 원쑤 미제를 지구상에서 없애 버려야 한다는 당국이 정작 미국 달러로 결제하도록 한 것은 이해불가”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특히 “청진-평양행 통행증은 복잡한 승인절차를 거쳐야 발급받는다”면서 “국가가 행사를 제외한 통행증 발급은 숱한 뇌물과 오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태어나서 한 번도 여객기를 타본 적이 없는 일반 주민은 물론, 돈 많은 부자나 권력층에게도 ‘그림의 떡’인 보여주기식 정책인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평양-청진 간 비행기 운항 방침은 2015년에도 한 차례 하달됐지만 국가 행사에 참여하는 단체가 이용한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공개된 항공 기록에 따르면 2024년 10월에도 고려항공 소속 투폴레프 Tu-134 여객기가 청진 어랑공항에서 평양 순안국제공항까지 운항했습니다. 다만 이 항공편은 북한 주민들이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정기 국내선이 아니라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 관광 프로그램에 포함된 운항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