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제아동절에 ‘행복한 어린이’ 연출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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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전국의 탁아유치원들에 국제아동절 분위기를 띄울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래와 춤, 체육경기를 통해 '행복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내보이라는 지시에 주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지난달 26일 “요즘 당에서 국제아동절(6월 1일)을 앞두고 전국의 탁아소, 유치원에 행사지시를 하달했다”면서 “하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내리먹이기식 지시에 주민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통상 탁아소 연령은 1-4세, 유치원 연령은 5-7세로 5-6세는 낮은반, 6-7세는 높은반에 배치되면 7세가 된 4월에는 소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소식통은 “요즘 탁아소 유치원생 어린이들이 국제아동절 맞이 노래와 춤 연습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국제아동절 분위기를 띄우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라 어린이들이 다채로운 예술 공연과 체육경기를 연습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특히 청진시 청암구역 관내 유치원들에서 어린이 예술공연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유치원 교양원(어린이집 교사)뿐 아니라 어린이들과 부형들이 총 동원되어 국제아동절 노래와 춤, 체육경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당에서는 국제아동절 행사를 통해 어린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사회 전반에 보여줄 것을 강조했지만 현실은 암울하다”면서 “생계가 어려운 대부분의 주민들은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으면서 행사준비가 소원해 지고(원래 취지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는 평소에도 유치원 출석율이 좋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아동절 행사준비로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먹을 식량이나 돈을 더 내라고 하니 최근들어 학부모들이 더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주민들은 잘 먹고 건강하면 당의 지시가 없어도 어린이들이 마음껏 웃고 뛰놀게 된다”면서 “그런데 죽도 없어서 변변히 먹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원수님을 노래하며 춤을 추라고 강요하고 있으니 이게 진정 행복한 모습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공연복장, 악기 등 여러 가지 소품과 체육경기 과정에 드는 일체의 비용은 전부 본인 부담”이라면서 “원래 탁아소생은 200g, 유치원생은 300g씩 일일 보육식량을 바쳤는데 연습기간에는 100g 더해 각각 1일 300g,400g의 식량과 간식비용으로 내화 2천원(0.2$)씩 요구하면서 일부 주민들은 자녀의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에서는 탁아소와 유치원생 어린이의 보육식량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연령별로 1-2세는 100그램, 3-4세는 200그램, 유치원생(5-7세)은 300g 씩 바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7일 “요즘 일부 어린이들 속에서 탁아소, 유치원 생활을 거부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면서 “게다가 국제아동절 맞이 행사가 조직되면서 어린이 등원율이 크게 줄고 있는 실정”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보육원과 유치원의 어린이 등원율은 70% 정도였으나 요즘은 아이들을 맡기려 하지 않는 학부모가 많아 등원율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고령(70~80세 이상)의 노인들이 여러 명씩 모여 인민반의 어린이들을 돌본다”면서 “서너 명의 노인들이 1:1로 어린이들을 맡아서 돌보는 대신 어린이 1인당 하루 내화 1천원($0.125)씩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탁아유치원 회피 어린이가 늘어나는 이유는 비용부담 때문”이라면서 “탁아유치원에는 보통 월 21일로 계산해 1일 1세~2세는 100g, 3세~5세는 200g, 6세~7세는 300g씩 계산한 식량과 함께 월 돌봄보조비용 내화 2만원(2.5$)을 바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하지만 인민반 노인들은 부모가 만든 음식을 시간에 맞춰 먹여주면 된다”면서 “다만 1일 1천원(생수 1병 가격)에 아이들을 맡길 수 있어 될수록 대부분의 주민들은 자녀를 동네 노인들에게 맡기는 추세”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탁아소 생활도 부담이지만 유치원 내 낮은 반에서 높은 반으로 올라갈 수록 부담이 더 커진다”면서 “국제아동절 같은 명절 분위기를 위해 각자 자체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니 생계가 어려운 주민들에겐 명절이 달갑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전국의 탁아소 유치원 정문에는 하나같이 구호 ‘우리는 행복해요!’ ‘세상에 부럼없어라’라고 크게 써 붙여 놓았다”면서 “하지만 당에서 국제아동절 분위기를 띄우라고 강조해도 돈 없는 주민들과 배고픈 어린이들에게는 고통스러운 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