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통일 교육 금지’ 북 지시에 ‘술렁’

워싱턴-자민 앤더슨 andersonj@rfa.org
2024.06.28
조총련, ‘통일 교육 금지’ 북 지시에 ‘술렁’ 조총련의 내부 문건.
/사진제공- 마키노 요시히로

앵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통일 정책 폐기와 관련해 북한 당국에서 내려온 지시 사항 때문인데요, 자민 앤더슨 기자가 총련 내부 문건을 살펴봤습니다.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새로운 대남정책로선 전환방침,…” 제목의 조총련 내부 문건.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히로시마 대학교 교수가 최근 총련계 재일교포에게서 받은 사진 자료입니다.

 

조총련 산하 조선학교에 내리는 13개의 지시 사항이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통일정책 폐기 등 대남정책 전환에 맞춰 조선학교 내에서 우리민족, 평화통일 등의 용어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문건의 일부 귀퉁이가 잘려진 채 촬영된 사진이라 일부 단어가 보이지 않지만, “일군들의 전환 방침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사상전환이 최우선적이라는 두번째 문장이 눈에 띕니다.

 

“각종 문건, 정보지에서 전환방침과 어긋나는 낱말을 일체 쓰지마라는 지시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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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련의 내부 문건. 조선학교에 내리는 13개의 지시사항이 적혀있다./마키노 요시히로

 

그 예시로 <동족, 동질관계로서의 북남조선>, <우리 민족끼리>, <평화 통일>을 언급했습니다.

 

“3편 취급 금지, 1 국어 14, 3국어 14등 방침과 어긋나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교과서의 부분도 구체적으로 명시했습니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 사용돼온 교과서 내용 중 북한 당국의 바뀐 방침에 맞지 않는 내용은 수업시간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겁니다.

 

문예작품, 노래 뿐 아니라 학교 교가에도 남북 통일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있으면 안되고, 한반도 지도(조선지도)가 새겨진 깃발도 금지했습니다.

 

이때문에 수십년 동안 불려온 교가 역시 앞으로는 가사를 바꿔 불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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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8일 오후, 조총련 홈페이지의 단체 소개 문구 중. (출처: 조총련 홈페이지 캡쳐)

 

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남 관계는 더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고 못 박으며 '통일 성사 불가'라고 선포했습니다.

 

북한이 한국과의 평화 통일을 포기 선언한 것에 발맞춰 조선학교에도 대남 적대정책만 가르치라는 새로운 교육지침이 내려온 겁니다.

 

이번 지시에 대해 조총련과 조선학교 관계자들은 매우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동안 조선학교는 자주적 평화통일을 내세우는 조총련 강령을 근거로 한 교육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마키노 교수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조선학교는 북한 정치교육은 하지 않고, 평화통일 방침 하에 민족과 역사를 교육해 왔다평양에서 내려온 지시라도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키노 교수: 재일교포들은 지시문 내용을 쉽게 따를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지지할 근거가 없다는 말이죠. 왜 갑자기 이렇게 하는지.. 북한이 이렇게 강제적으로 하나의 민족’, ‘삼천리’, ‘남녘 겨례’, ‘백두에서 한라까지등의 표현을 쓰지 마라고 하는 것에 대해 교포분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키노 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총련 탈퇴를 고려중인 재일교포들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키노 교수: 조총련이 북한을 지지해왔던 가장 큰 이유는 평화통일을 지지하고, 평화통일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것을 포기한다고 하니까, 북한을 계속 지지할 이유가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6월 28일 오후 현재, 조총련 홈페이지에는 총련은 조국을 자주적으로, 평화적으로 통일하는데 모든 힘을 다하고 있다라는 단체의 소개 문구가 올라와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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