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후 ‘적응 스트레스’ 큰 어려움...인정·지지 필요”
2023.09.12

앵커: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 편입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사회 구성원들의 인정과 사회적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제언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 산하 탈북민 지원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12일 서울에서 개최한 ‘코로나 이후 북한이탈주민과 신 사회통합’ 토론회.
신효숙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이 자리에서 탈북민에 대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사회적 지지와 인정이 정착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신효숙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어떤 사람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심리적으로 성장하는지를 봤더니 사회적인 지지가 있을 때, 그 지지도 한국 사람이 옆에서 지지해 줬을 때 훨씬 더 잘 적응 하더라는 것입니다. 통합에 있어서 향후 사회적 지지 체계를 만들어줄 때, 한국 사람과의 관계 및 지지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 교수는 탈북민이 한국에 입국한 뒤 북한 사회나 탈북 과정에서 입은 외상보다는 문화에 적응하는 데서 겪는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이들이 이른바 ‘외상 후 개인의 성장’(Posttraumatic-growth)을 성취하는 데 한국 사람들의 사회적 지지와 인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사회 적응에 필요한 제도적 기회를 부여하고 자립을 돕는 수단은 비교적 잘 마련돼 있는 반면, 이들이 사회에 심리사회적으로 통합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연대 및 감정적 유대, 정책적 고려는 아직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신 교수는 실질적인 자립·자활에 중점을 둔 지원이나 경제적 분배 수단만으로는 남북한 주민이 사회적·감정적인 연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며, 탈북민을 한국 사회 내 동등한 시민으로 받아들이면서 환대하고 인정해주는 ‘인정의 정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민영 고려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같은 자리에서 탈북민의 사회통합 개념을 소개하며 “사회적 차별 없이 분리되지 않고,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끼는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는” 역동적인 과정으로 정의했습니다.
이민영 고려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는 탈북민에게 완전한 시민적 권리를 제공해야 하고 일자리와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즉 다양한 일자리에 모두가 관여할 수 있고 본인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탈북민이 공식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편안하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지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사회통합 정책과 실천을 구현해야 합니다.
경기남부하나센터의 소태영 센터장도 같은 자리에서 탈북민이 겪는 어려움에 경제적인 이유보다 심리적인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자신들의 약점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스스로 드러내기를 불편해하는 경향을 보여 해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한국 사회에서 예상치 못하게 겪게 되는 문화 차이가 스트레스를 낳고 자긍심을 낮추는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며, 이들의 마음을 읽고 치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반드시 한국 내 공공부문에서 제공돼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반면 탈북민의 한국 사회 정착과 관련한 경제적·정량적 지표는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김영희 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실장은 남북 주민 간 사회통합에서 재단이 수행하고 있는 역할을 소개하며 2022년 기준으로 경제활동 참가율, 고용률, 실업률 등 경제 관련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지난 2011년 대비 경제활동참가율은 2.5%p, 고용률은 10%p 가까이 상승한 반면 실업률은 0.6%p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또 한국 내에서 일하는 탈북민 출신 근로자들이 받는 월 평균 임금도 크게 상승해 지난 2011년 1백2십만 여 원, 미화로 약 9백 달러에서 2022년 2백4십만 원, 1천8백 달러 정도로 114.1% 올랐고, 이는 탈북민이 아닌 한국 국민이 받는 급여액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디터 목용재,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