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엔에 서한… “장애인 권리 존중” 항변
2023.12.27
앵커: 북한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지난해 보낸 장애인권리협약 쟁점목록에 대해 답변했습니다. 답변서의 핵심내용을 짚어봤습니다. 보도에 김지수 기자입니다.
북한이 자국 내 장애인 권리 보장에 관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의 질의서에 답변을 이달 중순 보내왔습니다. 작년 9월, 유엔이 북한의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상황에 대한 ‘쟁점목록’(List of issues)을 채택해 보낸 지 1년 3개월만입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 9월 12~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6차 사전실무조직 회의에서 북한 당국에 장애인 인권 현안과 장애인 권리 보장 방안에 대한 총 30개 목록의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이달 13일, ‘법률에서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에 대한 수정, 농촌 및 외딴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 여성 및 아동의 권리 실현을 위한 정책, 장애인이 차별을 받았을 경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직접 진정을 넣을 수 있는 제도인 선택의정서 비준 계획 등 30개 목록의 모든 질의에 응답했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장애인의 존엄성과 인격을 존중하는 태도를 일반 대중에게 도입한다’라고 시작하는 북한의 답변서에는, 북한 내 장애인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과 폭력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내용의 법률이 있다고 명시됐습니다.
또한 2020년부터 전국의 모든 '맹아학교'와 '농아학교'의 명칭을 각각 '시각장애인학교'와 '청각장애인학교'로 변경했다고 밝히고, 장애인의 권리 증진 및 보호를 위한 조항이 신설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젊은 장애여성이 상이군인(영예군인)과 결혼하도록 희생을 강요하는 관행에 대해서는 ‘북한에서 결혼은 외부의 강제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사자의 자유의사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고 답했습니다.
장애 영유아 살해 관행을 근절하고, 모든 장애아들에 대한 출생신고가 이뤄지도록 북한 당국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는 ‘조선장애아동재활센터(KRCCD)는 평양에 장애아동을 조기 등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장애아동을 등록하고 필요한 기술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장애인 권리 협약 상의 의무가 위반됐을 때 장애인 개인이 위원회에 진정을 할 수 있는 선택의정서에 관해서는 현재 협약 선택의정서를 비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 신희석 박사는 북한의 이러한 답변 내용들이 북한에서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개인의 진정이나 위원회의 내용을 심각하게 위반했을 경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직접 조사까지 할 수 있는 선택의정서를 북한이 비준할 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 (북한의) 실제 현실에서 이행이 되고 있는지 그런 건 또 별도의 문제니까요. 정상적인 국가라면 북한 내의 NGO(비정부기구)들이 문제제기를 해서 위원회에서 판단을 내리는게 일반적인데 북한같은 경우에는 북한 내에서 할 수 있는 NGO가 없기 때문에 주로 한국에 있는 단체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게 사실이고요. 상임권리 협약에 선택의정서가 있거든요. 북한이 현재 Optional Protocol(선택의정서)을 검토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과연 실제 비준할 의사가 있는 건지 봐야 할 것 같고요.
북한은 최근 3달 사이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듯 '장애인' 권리에 대한 체제의 우수성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6~27일 개최한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에서 '장애자 권리 보장법'을 심의·채택했습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질의서에 대한 답장을 보내기 약 세달 전입니다.
이후에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등은 장애자 권리 보장법의 의미를 거듭 강조하며 선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장애인권리 보장 방안에 대한 답장을 앞두고, 이 법을 만든 당과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게 보도의 목적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