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들, 독일서 ‘가족 강제북송’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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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독일에서 열린 포럼에서 탈북민 이소연 씨와 김규리 씨가 각각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강제북송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미하엘 브란트 독일 기민당(CDU) 의원에게 독일이 국제무대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독일의 사단법인 ‘한반도 미래 포럼’과 ‘포인트 알파 재단회의’가 독일 현지시간으로 26일 게이사(Geisa)성에서 개최한 ‘북한 인권’ 포럼.

강연에 나선 탈북민 이소연 씨는 한국에서는 하루 24시간 전기와 찬 물, 더운 물이 나오지만 북한에서는 전기도, 물도 나오지 않는다며 한국에 오니 비로소 북한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말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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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막냇동생의 구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탈북민 김규리 씨도 이날 강연에 나섰다. / 김효성 ‘한반도 미래 포럼’ 의장 제공

이 씨는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가 보장되는 한국 사회에 혼자 사는 것이 미안해, 북한에 있는 아들을 탈북시키려고 했지만 아들은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북송됐고 현재는 정치범 수용소에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 씨는 독일까지 온 이유는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싶어서라고 호소했습니다.

탈북민 이소연 씨: 6살 때 헤어졌던 아들과 10년 뒤 전화를 하니까 아들이 그랬습니다. 케이팝 노래가 참 좋더라. 대한민국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저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제가 오늘 여기 독일까지 온 이유는 만날 수 없다는 그 아들을 제가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싶어서 입니다.

이소연 씨는 험난한 탈북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에서 북한에 있는 아들의 탈북을 도우려는 어머니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는 영국에서 막냇동생의 구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탈북민 김규리 씨도 참석했습니다.

김씨 설명에 따르면 막냇동생 철옥 씨는 1998년 탈북한 후 브로커에 속아 중국 남성과 결혼해 딸을 낳고 살다가 지난해 4월 중국 공안에 잡혔고 그해 10월 강제북송됐습니다.

김 씨는 막냇동생의 생사를 모른다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고 북한 감옥의 실태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막냇동생을 잃을까 두렵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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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브란트 독일 기민당(CDU) 의원의 모습. /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 제공

미하엘 브란트 독일 기민당(CDU) 의원이자 기민당ㆍ기사련(CDUㆍCSU) 연방의회 교섭단체 인권정책대변인은 축사를 통해 “북한의 독재자(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얼마든지 한민족의 통일을 부정할 수는 있지만 역사 흐름 속에서 그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분단 상태를 장기적으로 지속하기에는 같은 민족이며 하나의 국가였던 역사가 너무 깊다는 것입니다.

미하엘 브란트 의원은 “독일이 분단되었던 시절에도 우리가 확신했던 것은 통일과 자유를 향한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며 “분단된 한반도에서도 역사는 독재에 맞서고 한민족을 향해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하엘 브란트 의원은 이와 함께 “인권은 모든 사람들에게 차별, 배제 없이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포기할 수 없는 권리”라며 이를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이 더욱 결속하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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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이 발언하고 있다. / 김효성 ‘한반도 미래 포럼’ 의장 제공

이날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미하엘 브란트 의원에게 유엔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에서 탈북민 강제북송 등 북한 인권 문제를 독일이 함께 제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신 법률분석관은 또 지난해 10월 발생한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 독일 의회가 결의안 채택에 나설 것, 독일 정부가 해당 사건에 대해 법적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질의하고 답변을 받아낼 것 등도 미하엘 브란트 의원에게 제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지난 3차 UPR이 2018년에 있었는데 그때는 독일이 중국에게 재중 탈북민 난민들에 대해서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하는지 질의를 했었거든요. 앞으로도 중국, 북한 UPR에서 독일이 문제 제기를 많이 해달라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편 이날 포럼을 개최한 ‘한반도 미래 포럼’의 김효성 의장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한국과 북한이 평화적 통일을 이루려면 국제적인 호응과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고 “특히 탈북민들이 증언에 나설 때 많은 독일인들이 공감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효성 '한반도 미래 포럼' 의장:남북한이 앞으로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려면 국제적인 호응과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 차원에서 저희가 가능하면 독일 사람들한테 우리 남북한 관계를 알리려고 하고요. 특히 탈북인들이 증언했을 때 (청중들이) 굉장히 공감을 했어요.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