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시 이주 농촌여성 강제 귀농 조치
2023.03.27
앵커: 북한 당국이 도시로 이주한 농촌출신 여성들을 전수 조사하고, 해당 여성자녀까지 협동농장으로 강제 배치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의 보돕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26일 “이달 초부터 평성시에서는 도시로 빠져나간 농촌출신 여성들에 대한 조사가 시 당과 안전부의 합동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당 조사는 농업부문에서 알곡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8기 7차 당 전원회의(2.26~3.1) 결정 발표 후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주최한 제8기 7차 당 전원회의에서 올해 알곡생산 목표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이를 수행하기 위한 혁신적 대책들을 논의하고 있는데, 그 중 1순위가 협동농장 인력을 증강하도록 당 중앙이 결정하며 도시에 거주하는 농촌출신 여성들에 대한 강제 귀농 조치가 실행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중앙의 지시로 평성시에서는 봉학협동농장과 자산협동농장, 백송협동농장 등이 자리잡고 있는 10개 리에 자리한 농장에서 도시남성과 결혼하고 도시에서 살고 있는 농촌출신 여성들의 인적사항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평성시 농촌지역에서 살다 도시 남성과 결혼해 농촌을 떠난 도시이주 여성의 정확한 수는 즉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개 농촌지역에서 년간 10명 미만이 도시로 이주했다고 가정해도 지난 12년 동안 1천 명 이상(10개 농장X10명X12년)이 강제 귀농 대상이어서 혼란이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소식통은 “당국은 조사에서 파악된 농촌출신 여성은 물론, 해당 여성과 가정을 이루고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남편과 자녀까지도 통째로 협농농장으로 강제 배치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도 27일 “이달 초부터 정주시에서는 2010년부터 농촌에서 도시로 빠져나간 농촌출신 여성들의 거주지와 가족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평안북도 정주시에는 남호리협동농장, 서호리협동농장 등 18개 리마다 협동농장이 자리하고 있으며, 2010~2022년까지 해당 농장에서 도시로 이주한 여성들은 대부분 이 조사대상이라는 것입니다. 현지 소식통은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최대 2천 명 가까운 여성이 조사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농촌출신 여성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협동농장 농민들 중에서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대대로 농촌에 뿌리를 내리고 농촌진지를 지켜야 한다는 당 정책 노선을 어기고 위장결혼 방식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협동농장에서 일을 하는 여성들은 직업의 이동과 거주의 자유가 정책적으로 통제되고 있어 대를 이어 농촌에 뼈를 묻지만 눈이 튼 여성들은 현직 군관이나 탄광, 광산노동자와 결혼하는 방식으로 도시로 빠져나가 장마당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여성은 대부분 결혼과 함께 남편의 거주지로 이주하기 때문에 농총 여성들에게는 결혼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갈 기회로 활용되는 겁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올해 최고존엄이 농업부문에서의 변혁을 일으켜 알곡생산을 높여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중앙에서는 농촌에 대한 인력충당 사업부터 전개하면서 도시로 이주한 농촌출신 여성들은 해당 가족까지 전부 협동농장에 강제 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현재 군관과 살고 있는 농촌출신 여성은 군관이 현직에서 제대되는 즉시 농촌으로 나가야 하며, 탄광광부와 살고 있는 농촌출신 여성은 내달까지 반드시 당국이 배치한 협동농장으로 가도록 조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서도 농촌 출신 여성과 결혼하려는 도시 남성은 거의 없는 반면 도시에서 비교적 하층계급으로 인식되는 탄광노동자는 농촌 출신 여성들과 결혼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정은이 박사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서 1990년대 식량배급제가 붕괴되면서 시장화의 발달이 도시를 중심으로 진전되고 있어 도시와 농촌 간 빈부격차가 발생하는 구조는 협동농장 농민들을 도시로 유인해 농촌지역 기반이 약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은이 박사: 북한은 도시로 이주한 농민들을 다시 불러들여 농촌 기반을 강화하려고 하는데요. 하지만 도시로 나가려는 농민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됩니다.
정은이 박사는 북한에서 도시 주민들은 시장에 의존해 생활하며 시장화가 진전된 지 30년이 지났다면서, 이 말은 북한 농촌에서도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