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평양 살림집 건설노동자에 일기쓰기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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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평양시 살림집 건설에 동원된 돌격대원들에게 일기쓰기를 강요하고 일기장의 내용까지 세세히 검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린 딸의 손목을 잡고 평양시 서포지구 새 거리 건설 착공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 2월 25일.

이날 김 위원장은 평양시 살림집 건설에 참가한 청년 돌격대원들에게 일기장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평양시를 다녀왔다는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23일 “서포지구 건설 착공식이 있던 날, 각 도 건설여단 돌격대원들에게 ‘나의 청춘시절’이라는 제목의 일기장을 선물로 나눠 주었다”며 “그런데 그 일기장이 돌격대원들의 큰 골칫거리”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평양시 건설에 참가한 돌격대원들은 하루 14시간씩 일하고 큰 국가적 명절 외에 한 달에 하루도 휴식일이 없다”면서 “건설현장에서 잠에 취해 추락하는 사고도 빈번한데, 청년동맹 중앙위원회는 그런 돌격대원들에게 매일 일기를 쓰라고 강요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단순히 일기를 쓰라는 강요를 넘어, 일주일에 한번씩 일기장을 검열하고 있다”며 “일기를 하루라도 빼먹거나 성의 없이 쓰면 매주 토요일 생활총화 시간에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따로 세워놓고 집단 비판을 하여 망신을 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배고프고 힘든 청년들이 매일 무슨 기분이 좋고 여유가 있어 일기를 쓰겠냐"면서 "그런데 일기장에 '어머니당에 충성의 보고를 드릴 날은 며칠 남았다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당 창건 기념일) 10월 10일 전 공사완공을 암묵적으로 독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래 사진 하늘색 글자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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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5일 김정은의 명의로 돌격대원들에 선물한 ‘나의 청춘시절’ 일기장. /RFA Photo - 김지은

한편 서포지구 새 거리 살림집 건설에 참가했다가 사고를 당해 집으로 돌아왔다는 신의주시의 한 소식통은 “내가 있던 돌격대 소대의 한 대원이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탈영해 평양시에 있는 친척집에 숨어 있다가 열흘만에 붙잡혔다”며 “그런데 여단 지휘부에서 일기장 공백에 자기비판서를 작성해 채워 넣도록 강요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청년돌격대원들에게 일기쓰기를 강요하기 위해 일기장까지 선물하고 검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러지 않아도 흉흉하던 청년들과 평양시 민심이 매우 격앙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태양절을 앞둔 지난 4월 10일경 일기장 검열을 매우 강하게 비판하는 편지가 김일성종합대학 당위원회에 도착해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며 “편지 작성자가 이름을 가짜로 표기해 사법기관도 수사에 허탕을 쳤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양에서는 2025년까지 살림집 5만 가구를 새로 짓기위한 대규모 건설사업이 진행중입니다. 2021년부터 매년 1만 가구씩 건설한다는 계획으로 현재까지 송화거리와 화성지구에서 각각 1만 가구 주택이 완공됐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