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코로나 이후 3년 7개월 동안 닫혔던 국경을 최근 개방했습니다. 하지만 유니세프, 즉 국제아동기금 측은 관련 소식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난 25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허용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관광 재개 여부 뿐이 아닙니다.
북한 내에서 활동하는 UN과 같은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의 외국인 직원들의 입국 여부 역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로 외국인 직원들이 모두 북한을 떠나면서 3년이 넘도록 인도적 지원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유니세프와 식량농업기구 등 기구들은 현지 북한인 직원들과 전자우편(이메일) 등으로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현장 모니터링 즉 감시감독 업무 등이 연기됐다며 북한 내 활동에 차질이 있음을 전했습니다.
이들이 언제 다시 평양에 복귀해 현장 업무를 재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국경 재개방에 대한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8월 27일, 북한 당국이 3년 7개월 만에 국경 개방을 공식화한 뒤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인들을 초청하고 세계 태권도 대회와 아시안 게임에는 선수들을 파견하면서도 아직 국제기구에는 손을 내밀지 않은 겁니다.
다만 유니세프는 최근 꾸준히 북한에 지원 용품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니세프는 지난 7월 이후 전국 50개 군의 시설에 분배될 산소 농축기, 분만 침대, 산부인과 검진 침대, 검사등, 수액대 등 산모 및 아동 건강을 위한 필수 의약품과 물품을 보냈습니다.
또 8월에는 53만 개 이상의 소아마비 백신을, 8월과 9월에는 지역사회 기반 의료 프로그램에 사용될 물과 위생 용품, 그리고 비상 사태 대비 위생 세트 2천개도 북한에 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동안, 북한 주민의 건강권은 침해받고 있습니다.
유엔이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필수 예방접종을 실시하지 못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유니세프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대변인은 RFA에 “2020년 북한의 국경 폐쇄로 인해 백신 재고가 소진돼 지난해 일부 백신 접종을 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올해들어 보급품이 북한에 들어오면서 어린이와 여성을 위한 백신을 제공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29일 RFA에 북한의 우선순위는 북한 주민, 특히 어린이들의 건강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 북한 국경이 서서히 열리는 동안, 당국은 먼저 북한 정권에 명예를 가져오거나 자금을 벌어오는 영역에 집중할 것입니다. 선전용으로, 재정적으로 쓸모 있는 영역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뜻입니다. 현재 북한 아동들의 상황은 비참합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세계에서 북한 아동의 건강과 인권은 그리 높게 평가되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현장에서 도울 국제기구 직원들에게 언제쯤 입국을 허용할 지 주목됩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