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케네스 배 씨가 재판부에 '궐석판결' 절차를 재차 요구했습니다. 이외에도 미 국무부를 통해 스웨덴(스웨리예)이나 미국 뉴욕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거쳐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2년여 간 억류됐다 풀려나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 측은 30일,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기 어려워지자 재판부에 사건 진행을 위한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향후 사건이 더 진행되기 위해서는 피고, 즉 북한이 소장을 전달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하는데, 배 씨 측이 여러 방법으로 북한에 소장 송달을 시도했으나 실패하면서 다른 방안을 제기한 것입니다.
배 씨 변호인 측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과거 배 씨가 북한에 소장 송달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궐석판결, 즉 원고 측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재판을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변호인 측은 또 다른 대안으로 국무부가 스웨덴을 통해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변호인은 국무부 관계자가 지난 5월 국무부는 북한에 소장을 전달할 수 있는 외교적 경로가 없지만 "스웨덴은 북한과 외교적 경로가 존재한다"고 언급한 사실을 적시했습니다.
다만 당시 국무부 관계자는 스웨덴과 북한의 외교적 관계는 인도적 지원과 개입을 위한 것이라며 소장의 송달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배 씨의 변호인 측은 마지막 대안으로 국무부가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 주소로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에 소장을 전달하는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17일 배 씨의 변호인에게 7월 1일까지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려는 노력 현황과 추가 절차를 위한 권고안을 마련하라고 명령했고, 이번 문건은 이에 따른 조치입니다.
배 씨는 북한에서 억류됐다 지난 2014년 풀려난 후 북한 당국이 가한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경제적 피해 등을 근거로, 지난 2020년 8월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 외무성을 상대로 2억5천만 달러 규모의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배 씨는 앞서 미국 운송업체 '페덱스(FedEx)'와 미국 연방우체국(USPS) 등 여러 수단을 통해 북한에 소장 송달을 시도했지만 소장이 반송되거나 북한의 수신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국무부의 외교적 경로를 통한 전달도 시도했지만 국무부는 2020년 말 배 씨 변호인 측에 이메일(전자우편)을 보내 미국 정부는 외교적 경로를 통한 사법적인 문서 송달 등 북한에서 정상적인 영사 업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는 지난달 30일에도 배 씨 변호인 측에 북한에 소장 송달이 어렵다고 재차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변호인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과 북한은 서로 사법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어떠한 조약 관계도 없다"며 "미국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북한에 대표부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관계자는 "국무부는 미국의 '외국주권면책특권법'(Foreign Sovereign Immunities Act·FSIA)에 따라 북한에 소장 송달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변호인이 요청 시 국무부에 보낸 서류는 변호인에게 다시 돌려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외국주권면책특권법'은 테러로 피해자 신체에 상해를 가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테러지원국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