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당국이 소고기 불법 유통업자들을 공개 처형한 사건 이후 북한 내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30일, 조선인민군 특별군사재판소의 주도 하에 양강도 혜산비행장에서 ‘공개폭로 모임’을 열었습니다. 또 2만 5천 명의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법적으로 소고기를 유통한 일당 9명을 공개처형하고 14명을 무기징역 및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인민군 특별재판소가 낭독한 이들의 범죄는 주민들이 알고 있는 사건의 전말과 너무도 판이해 ‘고의적인 날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보호 위해 익명요청)은 2일 "사건과 관련된 논란도 많지만 그렇게 잔인하게 처형할 줄은 몰랐다"며 불법 소고기 유통업자들을 처형한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 관련기사)
인민군 특별재판소는 이들 일당이 “20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2,100마리의 국가 소유의 소를 잡아서 팔아먹는 특대형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들은 우리(북한) 땅에 묻힐 자격이 없는 대역죄인들로 3대를 멸족해도 부족하다”고 주민들에게 공개처형의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소식통은 “인민군 특별재판소도 그들이 불법적으로 소를 도축했다는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면서 “다만 불법적으로 소고기를 유통했다는 것인데, 그것이 우리 땅에 묻힐 자격이 없고, 3대를 멸족해도 부족한 특대형 범죄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사건은 올해 2월말, 양강도 ‘원거리수송사업소’ 소속의 냉동차량 한 대가 소고기 3톤 가량을 싣고 평양시로 진입하려 시도하던 중 강동군에 있는 국가보위성 산하 ‘10호 초소’에 의해 저지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전역에 구제역이 발생해 “두 족 동물(우제목 동물)과 두 족 동물 고기의 이동과 판매를 철저히 통제하라는 지시가 사법기관들에 내려진 상태였다”며 “그런데도 많은 양의 소고기를 이동하려 해 ‘10호 초소’에서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후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처형된 사람들 속에는 도 상업관리소 ‘4호 공급’ 여성 판매원도 있었다”며 “이들이 처형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상업관리소 판매원을 통해 양강도 ‘4호 대상’ 간부(도당 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공급할 소고기를 구제역에 걸려 도축한 소고기와 바꿔치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고위 당 간부들에게 구제역에 걸려 도축한 소고기가 공급됐고 이것이 범인들을 특대형 범죄자로 몰아 시신도 찾아볼 수 없게 처형한 이유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양강도에서 불법 소고기 유통업자 9명을 공개처형하고 시신까지 훼손했다는 소식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며 “구제역이 퍼져 도축한 소고기를 팔아먹은 것이 공개처형을 할 죄인가?”고 따져 물었습니다.
소식통은 “실제 구제역에 걸려 도축한 소는 4백마리 정도이고 나머지는 염소와 양, 돼지였는데, 그것을 다 합쳐 마치 소만 2,100마리를 팔아먹은 것처럼 (죄목을) 날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 개 군(郡)에서 키우는 소를 다 합쳐야 보통 500마리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공개처형은 반드시 김정은에게 보고하고 수표(사인)를 받는데 (김정은이) 도대체 무슨 보고를 어떻게 받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지금 사건의 내막이 전국으로 확산하며 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