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성한 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중국이 과거 사드(THAAD),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한국에 경제적 보복을 가한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이 한국에 '경제 확장억제'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최종현학술원이 20일 공개한 ‘한미동맹 70주년과 앞으로 70년’ 최종현학술원-미 브루킹스연구소 특별 컨퍼런스.
윤석열 한국 정부의 초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을 역임한 김성한 전 실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9월 이뤄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 정상회담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이 전세계에 더욱 위협이 될 수 있는 변곡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미중 전략경쟁은 2050년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며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존속은 미국의 전략과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한미동맹에 대해 김 전 실장은 “두 가지 중요과제를 안고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먼저 “북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미가 핵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김 전 실장은 올해 7월 설립된 핵협의그룹(NCGㆍ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통해 한미 양국이 확장억제 수단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세부작전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7월 26일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워싱턴선언과 한미동맹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내년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가 핵협의그룹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실무협의에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김 전 실장은 “미국과 한국이 강력한 ‘경제 확장억제’ 매커니즘을 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2016년 한미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시스템을 배치하기로 결정하자 중국이 한국에 경제적 보복을 가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러한 “경제 강압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 간 경제안보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나아가 “미국이 G7 회원국을 포함해 특정국의 경제 강압을 거부하는 국제 연합을 조직해야 한다”고 밝혔고 “미국은 동맹국들이 공급망 회복력을 구축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전 실장은 “핵협의그룹의 신속한 가동을 통해 핵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경제안보대화를 확고히 제도화해 경제 확장억제를 증진한다면, 확장억제가 이른바 ‘포괄적 확장억제’로 변모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성한 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한국과 미국은 핵 협의그룹(NCG)을 신속히 가동해서 핵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경제안보 대화를 확고히 제도화해서 경제 확장억제를 증진해야 합니다 이 둘을 결합하면 확장억제가 이른바 '포괄적 확장억제'로 변모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ROK and the United States should strengthen nuclear extended deterrence through the rapid operationalization of NCG and they should develop economic extended deterrence through the solid institutionalization of ESD, Economic Security Dialogue. Combining the two, we will be witnessing the transformation of extended deterrence into what I call 'comprehensive extended deterrence'.)
에반스 리비어(Evans Revere)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이 자리에서 “중국이 이전에 그랬듯 미국ㆍ일본과 전략적 공조를 확대하는 한국에 대해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은 상황을 주시하며 한국의 요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Evans Revere)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중국은 분명 전에도 그랬듯이 미국ㆍ일본과 전술적 전략적 공조를 확대하는 한국에 압력을 행사할 겁니다. 앞으로 미국과 일본은 한국의 요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Beijing, in my view, will inevitably as it it's done in the past, exert pressure on the ROK as Seoul expands its tactical and strategic coordination with Washington and with Tokyo. Both Washington and Tokyo need to be more attentive to Seoul's needs going forward.)
리비어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을 향해서는 “미국과 폭넓은 파트너십을 맺은 상황에서 향후 한반도를 넘어 미국의 안보 의제에 어떻게 참여할지, 어떤 준비가 되어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또 다른 참석자인 존 에버라드(John Everard) 전 북한주재 영국대사는 “우리가 상대하는 것은 불안정한 의사결정 과정을 가진 북한 지도부”라며 “북한이 실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에버라드 전 대사는 북한의 핵 공격이 실현될 수 있는 네 가지 상황, ‘피해망상(paranoia)’과 ‘무능(incompetence)’, ‘고조된 압박감(escalation from compellence)’, ‘장악전술(calculation)’을 제시했습니다.
에버라드 전 대사 설명에 따르면 ‘피해망상(paranoia)’이란 북한이 미국의 움직임을 잘못 해석하고 핵단추를 누르는 상황, ‘무능(incompetence)’은 의사결정 과정 등에서의 단순한 실수로 핵공격이 시작되는 상황, ‘고조된 압박감(escalation from compellence)’은 내부문제에 직면한 북한이 위협을 고조하며 핵을 포함한 도발을 시도하려는 상황, ‘장악전술(calculation)’은 전술핵 공격 등을 동원하며 북한이 기습적으로 한국을 점령하려는 상황입니다.
존 에버라드(John Everard) 전 북한주재 영국대사: 북한 엘리트는 소규모 폐쇄형 그룹이라서 집단사고가 매우 빠르게 확산합니다. 핵 공격은 실현될 가능성이 있어요. 이를 직시해야 합니다. (The North Korean elite is a small-closed group, groupthink takes hold very quickly. Nuclear strike is a real possibility. We have to face it.)
이밖에 앤드류 여(Andrew Yeo)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새로운 경제안보 문제를 처리하는데 양자동맹 틀만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며 “다자 수준의 대화가 함께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