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선방송 못 듣는 가정에 스피커 강매
2024.03.04
앵커: 최근 북한 함경북도 당국이 유선방송 스피커가 없는 각 가정에 스피커를 무조건 설치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는 모든 기관, 공장, 기업소 사무실과 가정에 유선으로 송출되는 조선중앙 3방송 청취를 위한 스피커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당국은 내부 선전과 자연재해, 전쟁발발 같은 비상 상황과 관련한 긴급 지시와 경보 전달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유선방송을 특별히 중시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 부령군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3일 “요즘 군 당국이 유선방송 검열을 진행하고 방송(스피커)이 없는 가정들에 방송(스피커)을 구입해 설치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유선방송용 스피커는 가정이나 사무실의 경우 주로 실내에 설치하는데 A4 용지 절반 크기의 가정용은 소리가 크지 않아 집안에서만 들을 수 있는 정도이고 주요 공장 구내, 공공장소, 시내 중심가 같은 곳에는 대중용 큰 스피커가 설치돼 있기도 합니다.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보통 ‘스피커’란 표현을 쓰지않고 이를 유선방송 혹은 방송이라고 호칭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주 유선방송 설치와 동작(작동) 상태에 대한 검열이 있었다”며 “체신소에서 나온 검열 성원이 인민반장과 같이 매 가정을 돌며 유선방송(스피커)이 있는지, 방송이 제대로 나오는지 직접 검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열이 끝난 며칠 후 인민반장이 스피커가 없거나 고장이 나 방송을 들을 수 없는 것이 확인된 세대들에 “새 유선방송(스피커)을 공급한다며 방송 값으로 내화 7,000원(미화 0.82달러)씩 걷어갔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요즘 어느 가정을 막론하고 생활상 어려움이 심한데 이런 고충은 아랑곳없이 유선방송(스피커)을 무조건 설치해야 한다며 거의 강제로 돈을 걷어가는 데 대해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며 “방송(스피커)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말하는 주민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조치가 함경북도 외 다른 지역에서도 이뤄지고 있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같은 조치가 시행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요즘 3방송으로 미국과 한국에 대한 비방 선전과 계급교양(적대교육)과 관련한 내용이 정말 많이 나온다”며 하지만 “음질이 좋지 않고 잡음도 많아 방송 내용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습니다.
3방송은 각 시 군 방송위원회가 중앙에서 송출하는 신호를 받아 군내 기관과 가정에 유선으로 전달합니다. 그런데 방송위원회에서 매 가정까지 전용 케이블 같은 통일된 연결선을 사용한 게 아니라 철선, 알루미늄선 등 있는 대로 막 섞어 사용하다보니 선이 자주 끊어지고 음질도 좋지 않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북한에서 이전에도 유선방송은 철선을 이용해 설치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당국이 모든 주민들에게 3방송 청취를 생활화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며칠 전 아침 조회 때 초급당비서가 유선방송을 설치하고 싶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당에서 특별히 한 군수공장에 과업을 주어 유선방송(스피커)을 제작하도록 했다며 “방송이 없는 가정들이 이번 기회에 유선방송(스피커)을 꼭 설치할 것을 특별히 강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당국은 유선방송이 없으면 중앙에서 급하게 포치하는 중요한 지시와 비상 상황과 관련한 경보나 통보를 전달받을 수 없다”며 “당의 의도를 모르면 자기도 모르게 과오(잘못)를 범하거나 시대의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그는 “정전이 잦아 방송이 제대로 나오는 때가 얼마 되지 않는다”며 “설사 방송이 잘 나온다고 해도 생활(생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않는 3방송을 귀담아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유선방송은 매일 새벽 5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하루 22시간 송출하는 조선중앙방송과 달리 전국적으로 아침, 점심, 저녁에 각각 1∼2시간 정도 방송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선방송을 통해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내보낼 때도 있고 새로운 내용을 송할 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