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런던 북·중 대사관 앞 시위 “북송된 동생을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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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엔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중국의 인권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중국 내 탈북민 인권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같은 시간,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는 탈북민 송환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내 동생을 구해주세요. 그녀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세요.”

23일, 비가 오는 날씨에도 탈북민 포함 7명이 런던에 위치한 중국 대사관 앞에 모여 손팻말을 들었습니다.

영국에 사는 김유빈·규리씨 자매의 강제 북송된 동생 철옥씨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철옥씨는 지난 1998년 탈북했지만 브로커에게 속아 나이 많은 중국 남성과 결혼해 16살에 딸을 낳았습니다.

이후 신분 없이 숨어살던 그는 지난 2020년 영국에 정착한 언니들과 소식이 닿았습니다.

철옥씨는 언니들이 사는 영국으로 가기 위해 지난 4월 길을 나섰다가 중국 공안에게 체포됐고 10월 6일 강제 북송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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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북한 대사관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김규리, 유빈 자매. /RFA Photo-박지현

이들은 철옥씨를 포함한 북송된 탈북민을 돌려보내라는 내용의 편지와 약 300명의 서명을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전달하려 초인종을 눌렀지만, 중국 대사관은 잠시 문을 열었다가 시위대를 확인하고는 바로 문을 닫았습니다.

이어 김정은 총비서에게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동한 북한 대사관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 뒤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윤곽이 보였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영어로 적힌 손팻말을 본 영국인들은 철옥씨의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동생을 꼭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힘을 주기도 했습니다.

세 자매 중 둘째 규리 씨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생의 안전 보장”이라며 계속해서 시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규리 씨 :북한 정권도 전 세계에서 계속 여론이 형성되면 사람을 차마 죽이지는 못합니다. 제가 이렇게 안하면 동생은 그저 맞아 죽을거에요. (북한에는) 친척도 없으니까. 근데 제가 이렇게 밖에서라도 떠들면 차마 죽이지는 못하거든요.

최근 아들을 낳은 철옥씨의 딸은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린다고 규리씨는 전했습니다.

김규리 씨 :계속 기다려요. 계속 기다리고 보고싶어하고. 엄마가 중국에서 살았는데 그렇게 북송을 시킬 수가 있는지. 이제는 그냥 어떻게 빨리 꺼내올 방법이 있는지, 계속 저하고 그런 얘기 하고 있죠. 걔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한편 이 시위에 함께한 탈북민 인권운동가 박지현 씨는 “김정은도 딸 김주애를 데리고 다니며 자녀에 대한 사랑, 부성애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면서 “탈북 여성들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성애를 가진 여성이라는 것을 김정은이 알고 가족을 생이별시키는 잔인한 만행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박 씨는 그러면서 “이 기회를 통해 중국, 북한, 그리고 국제사회가 탈북 후 인신매매를 당한 북한 여성들이 겪는 고난과 그들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하는 노력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