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한 국가의 부패 정도를 나타내는 '뇌물지수'에서 3년 연속 전 세계 최고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 뇌물감시 민간 비정부기구 '트레이스 인터내셔널'(Trace International)은 15일 '2022 뇌물위험지수'(Trace Bribery Risk Matrix 2022) 보고서를 발표하고 북한의 부패 수준이 세계 최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뇌물지수’ 점수가 100점 만점 기준, 93점으로 전 세계 194개국 중 가장 높았습니다.
뇌물지수는 4가지 항목 점수 평균으로 계산하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부패가 심하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의 뇌물지수는 북한 다음으로 높은 투르크메니스탄, 시리아, 적도기니(이하 88점)나 베네수엘라와 예멘(이하 82점) 보다도 월등히 높은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정부와의 상호작용’(Interactions with government) 부문에서 100점, ‘뇌물수수 방지 및 법 집행 단속’(Anti-bribery deterrence and enforcement) 96점, ‘정부 및 민간 업무 투명성’(Government and civil service transparency) 73점, ‘민간 감독 능력’(Capacity for civil oversight) 100점 등 4가지 항목 모두 거의 최고점을 기록했습니다.

북한은 기업에 대한 간섭과 뇌물에 대한 기대치가 높으면서도 뇌물 억지 활동이 없고, 정부 투명성도 낮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보고서는 북한과 함께 이란과 쿠바, 캄보디아(캄보쟈) 등 4개국을 ‘뇌물 방지 집행 노력이 없는 강력한 귄위주의 정부’로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와 재작년에도 뇌물지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북한의 뇌물지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보고서가 처음 발표된 2014년에는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2016년 66점을 기록한 후 2017년 82점, 2018년 81점, 2019년 86점, 2020년 93점, 2021년 94점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올해 세계에서 뇌물 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는 노르웨이로 4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위를 기록한 덴마크는 11점으로 5위로 떨어졌습니다.
이외에도 미국은 19점으로 16위, 한국은 21점으로 18위, 중국은 59점으로 138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트레이스 인터내셔널(Trace International)의 알렉산드라 레이지(Alexandra Wrage) 회장(President)는 15일 북한의 뇌물지수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요청에“북한의 상황은 암울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며“정부활동에 대한 대중의 감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The conditions in North Korea can only be described as dismal. There is a complete absence of any popular oversight of government activities)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활동은 비밀리에 수행되고 있으며 부패한 관리들에게 책임을 묻는 노력이 거의 또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Those activities are conducted in near-absolute secrecy; and little or no effort is made to hold corrupt actors accountable.)
또 그는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유일한 긍정적 요소는 입법 부패가 상대적으로 드물고 정부 관리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는다는 것이지만 이러한 억제책 중 어느 것도 뇌물 위험을 조장하는 만연한 조건을 상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According to the data from which Matrix scores are calculated, the only mitigating elements appear to be that legislative corruption is relatively infrequent and that government agents are paid comparatively well. But neither of these deterrents goes far enough to counteract the otherwise pervasive conditions fostering bribery risk.)
북한의 뇌물과 부정부패는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지적해온 문제입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지난 2019년 탈북자 214명을 인터뷰한 뒤 보고서를 발표하고 북한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관리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있으며 부패와 억압이 곳곳에 만연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엔은 지난해에도 북한 인권 보고서를 통해 북한 주민들은 체포를 피하고 구금 중 처우를 완화하거나 가족 면회 등을 위해 관리들에게 종종 뇌물을 제공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 역시 지난 1월 발표한 ‘2022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통해 북한의 국가청렴도가 전 세계 180개국 중 174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민간 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조나단 코라도(Jonathan Corrado) 정책 담당 국장은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자우편을 보내 뇌물과 부패는 북한 사회의 특징이라며 부패가 경제체제 구조의 핵심이라고 밝혔습니다.(Bribery and corruption is a feature of North Korean society, not a bug. In other words, corruption is core to the structure of the economic system.)
그러면서 그는 “이는 재산권을 합법화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개혁이 없다면 북한 서민들의 생활과 근로 조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세계은행에 따르면 북한은 법치주의와 부패척결 측면에서 세계 하위 5%에 지속적으로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This means, absent fundamental reforms to legalize property ownership and protect small business people, there is little hope of substantial improvement in the living and working conditions for ordinary North Korean people. According to the World Bank, North Korea consistently ranks in the bottom 5% of the world in terms of Rule of Law and Control of Corruption.)
한편, 자유아시아방송은 최근(10일) 북한이 지난 10월 중순부터 일부 접경지역에서 야간통금을 시행 중으로, 야간순찰대는 야간통행증을 소지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뇌물을 뜯어내고 있어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북한 안전부 안전원들이 11월 '사고방지대책월간'을 맞아 교통 관련 단속 등을 강화해 주민들로부터 각종 뇌물을 받아내는 등 횡포와 수탈이 도를 넘고 있어 주민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