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남북합의 이행의지 확고...평화 새 출발점 만들기 기대”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1.01.09
통일부 “남북합의 이행의지 확고...평화 새 출발점 만들기 기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7일 노동당 제8차 대회 3일차 회의에서 사업총화보고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2021.1.8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앵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8차 당대회 관련 논평을 통해 남북합의를 이행하려는 한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해 나간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지켜나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9일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대회 첫날인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진행한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며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을 향해서도 일방적인 선의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며 자신들의 요구에 화답하고 합의 이행을 위해 움직이는 만큼만 상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남북합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자처하며 전술핵무기 개발과 초대형 핵탄두 생산, 신형 핵잠수함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지속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경제 부문에서는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내세우며 자력갱생과 자급자족 노선을 이어갈 것을 선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논평 요청에 거절 의사를 나타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도 즉각적인 논평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남북 합의를 이행하려는 한국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해 나간다는 입장도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이어 남북이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한반도 평화·번영의 새 출발점을 만들어나가기를 기대하고,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이 미북관계 개선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미북관계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하면서 향후 당대회 결정서 등 북한의 후속 입장을 주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정치권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이미 경고 수준을 넘어 실제적 위협이라며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선회가 우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또 다른 야당인 국민의당 홍경희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전략이 부재한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유화책이 북한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채 되레 남북 관계를 경색국면에 처하게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거듭 확인하며 핵무력 고도화를 선언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ICBM을 이용한 미 본토 타격 능력에 중점을 뒀던 북한의 기존 핵무기 개발 방향과 비교해 이번 당대회에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술핵잠수함, 전술핵무기 등으로 그 범위가 넓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홍 실장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당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조차 이같이 핵무력 증강을 공개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고도화된 핵능력을 과시하며 미국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 자신들이 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폐, 제재 완화 등을 관철하려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구체적으로 언급된 핵무력의 범위가 기존보다 훨씬 더 넓어졌습니다. 기존의 ICBM이나 SLBM과 같은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중심으로 했던 것과 비교해 범위가 커졌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자신들의 무기들이 고도화되고 있으니 미국의 새 행정부가 이른바 '전략적 인내'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상당히 압박하는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홍 실장은 강대강, 선대선원칙을 앞세운 대미관계와 관련해서는 향후 미국의 대북 정책에 맞춰 다르게 대응하겠다는 이른바 상대적 대응론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전까지는 핵무력 증강을 지속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의 불확실성 가운데 표면적으로는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면서도, 미국의 태도에 따라 대화의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홍 실장의 설명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기존에 비해 구체적인 전략무기 개발 계획을 내놓은 점을 언급하며 재작년부터 집중적으로 시험해온 초대형 방사포에 핵탄두를 싣는 등 재래식 전력과 핵 전력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 전술무기를 집중적으로 시험한 것은 핵무기를 포기한 뒤의 공백을 메우려는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과 달리 전술무기가 핵전력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핵을 포기하면 그만큼 북한의 전력에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그것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번에 그게 아니라는 것을 명백하게 밝힌 것입니다.

박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정찰·정보수집능력 확보를 위한 군사정찰위성 운용 방침을 밝힌 것도 위성 시험발사를 내세운 ICBM 기술 개발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의 새 행정부가 바로 수용하기 어려운 대북 적대시 정책의 선철폐 조건을 내세운 것은 기존의 정면돌파전보다 더 강경한 노선으로, 이 같은 상황에서 경제 부문에서의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은 불가피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새로운 대남 정책을 내놓지 않고 한국 정부의 행보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도 미국을 향한 강경한 태도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박원곤 교수는 오는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시행 여부가 북한이 한국 정부 측의 변화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면서도, 한미 연합훈련이나 한국 군 전력 증강을 문제 삼은 것은 사실상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워 향후 도발에 대한 명분을 마련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홍민 실장은 북한이 3월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이를 비롯한 남북 간 군사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지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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