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6일 베이징 퉁저우 아파트에서 탈북자 62명과 함께 중국 공안에 체포된 남한 국적 탈북자, 박모(가명) 씨의 부인인 이명희 씨는 9일, 자신의 남편이 탈북자 지원 조직에 직접 가담한 것이 아니며 현재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서 박 씨에 대한 선처를 중국 당국에 요청했습니다. 부인 이 씨에 따르면 박 씨는 간경화라는 중병을 앓고 있으며 약을 복용하지 않고는 1년을 살기 힘든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이현주 기자가 이명희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26일 남편분이 체포되신 이후에 소식을 좀 들은 것이 있습니까?
이명희: 체포된 후에 북경에 있다는 소식밖에 못 들었습니다. 그 다음엔 수용소로 옮겨졌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확인된 것을 아닙니다. 현재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남편의 체포 소식을 어떻게 아시게 되셨나요?
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보고 알려줬어요. 아침에 뉴스 볼 때 탈북자도 많이 잡히고 한국인도 있다길래 큰일이다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며칠 지난 후에 그 체포된 한국 사람이 애들 아빠라는 것을 알았는데, 기가 막혔어요. 정말 눈물밖에 안 나오더라구요.“
중국에 갔던 것을 알고 있었나요?
이: 네, 그 일과는 무관한 일로 중국에 나갔다 오겠다고 비행기표를 샀어요. 그런데 몸이 안 좋고 걱정도 되고 해서 비행기표를 취소할려고 했는데, 이게 환불이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50만원이에요. 큰돈이잖아요. 애들 아빠가 일도 없거든요, 몸이 아파서요. 저희에게는 큰 돈이여서 그냥 버리는 것보다 바람도 쐴 겸 중국에 잠깐 갔다고 오겠다고 해서 21일 날 그렇게 출발을 했어요. 그런데 26일 날 그 일이 생긴 거죠.
저는 어떻게 애들 아빠가 그 일에 관계됐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운동본부 회원이거든요. 저한테 속이고 나갈 수 있는 소지도 있어요. 뭐 한국에서는 브로커라고 언론에 비춰지는데 브로커 일할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자꾸 브로커다 해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만 하니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건강 상태로 그렇게 나가서 브로커 일을 할 만한 상태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저기 회원들과 연락이 돼서 거기 가서 잠깐 있다가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하고 있어요.
그럼 서울에서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이: 서울에서 와서부터 아파서 거의 일을 못했어요. 간경변이었거든요. 장기 입원해 있고 좀 나아지면 집에서 병원다니고 그런 상태였습니다. 간경변은 간염이 악화돼서 간이 굳어지는 상태에요. 악화되면 암으로 되고 그래요.
외교부 대변인이 브로커에 대해서 3년에서 7년형 내리겠다는 뉴스를 봤어요. 그 다음날로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했는데 1년 밖에 못 산다고 그러더라구요. 사실 오늘 뉴스 보고 너무 절망했습니다. 탈북자들이 여기 올 수 있다고 그러길래 탈북자들 남한에 오면 남편도 같이 들어올 줄 알았는데요. 탈북자들도 저렇게 북송됐는데, 남편이 과연 남한으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믿을 곳도 없고 너무 마음이 아픔니다.
남편분이 체포되신 이후에 기획 탈북에 대한 비판이 보도되고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셨어요?
이: 서운했죠. 왜 탈북자들이 남에 나라 땅에서, 중국에서 탈북자들 짐승만도 못한 취급 받고 있어요. 한국으로 오는 사람 들어보면 막 피눈물이 나와요. 대한민국을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해서 목숨 걸고 찾아오는 사람들입니다. 개중에는 돈을 보고 오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 다 그런 것을 아닙니다.
자기가 올 때 고통과 북한에 있는 부모 형제들 생각해서 자기 개인 돈을 쓰면서 탈북을 돕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데 몇몇 되는 브로커 때문에 다 똑같은 사람으로 몰아붙여서, 이렇게 가슴 아픈 일 당해서 한쪽으로 몰아붙이고 남의 일처럼 쉽게 말하는 그런 문제가 너무 가슴 아픕니다.
북한에서 가족들은 다 함께 넘어오셨어요?
이: 네 같이 왔습니다.
자녀분은?
이: 두 명 있는데, 아버지가 체포된 것을 말하지 않았어요. 오늘 아침에도 이런 뉴스 나오니까 자기 아빠인 줄을 모르고 남한 사람은 어떠하냐고 걱정하더라구요.
남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을 하시겠어요?
이: 아이들을 생각해서 잘 견디세요. 가족들과 여기 탈북자들이 가슴 아파하면서 힘쓰고 있어요. 그러니까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애들 얼굴 떠올리면서 꼭 무사히 빨리 집으로 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