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사회에서 사회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과 정보의 공유를 위해 가장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자리 잡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폐쇄적인 북한에서도 비공식적으로 도입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중국 국경에 숨어 지내면서 휴대 전화 통화와 인터넷을 통한 전자우편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주 보내드리는 주간기획, “정보통신과 북한의 개방, 오늘은 그 두 번째 순서로 북한 내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살펴봅니다. 진행에 이진희 기자입니다.
이동 전화, 혹 휴대전화는 번호만 누르면 언제, 어디에서든지 세계 어느 곳과도 전화통화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그 이용률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남한 정보문화진흥원이 발간한 ‘2004년 정보격차해소 백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휴대전화의 보급률은 22% 정도인데, 남한의 경우 75%로 이 분야에서는 초고속 인터넷 이용률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저개발 국가들에서는 인구대비 휴대 전화 이용률이 아직 낮은 편이지만 이동통신시장의 성장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가령, 베트남의 경우, 현재 휴대전화 보급률은 6 퍼센트가 채 되지 않지만, 휴대전화 서비스, 즉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2001년 117만 명에서 2004년 말 465만 명으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무선을 합한 베트남 통신시장의 성장률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 지난 2001년 이전에 이미 휴대전화 이용에 필요한 설비를 구축했으며, 2002년 9월 태국의 록슬리 사와 공동으로 ‘동북아시아 전화통신회사’를 설립한 뒤, 두 달 후 유럽형 이동전화 방식으로 평양시와 나선시에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험적으로 개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이미 90년대 후반에 중국산 휴대 전화가 등장한 것으로 북한인권운동가들과 탈북자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비정부기구인 카프 아나무르 위원회 평양사무소에서 일을 하기도 했던 북한인권운동가 노베르트 폴로첸(Norbert Vollertsen) 박사는, 평양에 처음으로 도착했을 때인 지난 99년 7월 북한에서 휴대전화가 쓰고 있음을 목격했다고 남한 언론에 밝힌 바 있습니다. 재미 탈북운동가 신동철 목사도 97-98년쯤에 이미 평양에서 휴대 전화가 사용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은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정보통신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남한정보문화진흥원의 박문우 대리도 90년 대 후반에 휴대 전화 사용을 목격한 탈북자들의 증언을 전했습니다.
박문우: 휴대 전화를 북한 이탈주민들에게 물어본 결과 청진이나 나진 특구 쪽에서는 90년대 후반에 사용을 했다고 하는 증인들이 있습니다. 평양에서는 실제로 사용하는 것을 저희 방북단이나 기자들이 많이 목격을 하고 전화하는 모습도 촬영해 왔구요. 그러나 그 나머지 지역 출신들 얘기를 들어보면, 휴대전화를 보지도 못했고, 개통도 안 됐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북한 노동신문 등 기관지 발표를 따르면 대도시 지역에서는 휴대 전화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2002년부터 얘기를 하고 있어요. 이를 볼 때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 이용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휴대전화 개통 후 1년이 지난 2003년, 북한 기관지는 휴대 전화 가입자가 2만 여명이라고 보도했지만, 전문가들은 휴대 전화 가격과 전화 사용료가 워낙 비싸 휴대 전화는 여전히 일부 특수층의 전유물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이 확대되면서 무역회사 일꾼들이나 장사꾼들이 휴대전화를 구입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북한에서의 실제 무역이라는 것이 군부대 명칭을 달고서 외화 벌이를 하는 것이므로 무역상인들의 휴대폰 사용이 가능하다고 탈북자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주민들에게 휴대 전화는 너무나 먼 미래의 이야깁니다.
박문우: 휴대폰 단말기 하나 가격이 북한 일반 노동자의 10년인가 모아야 살 수 있는 가격이거든요. 북한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분들이라고 하면, 이미 통제의 대상이 아니고 통제를 하는 주체죠. 당 간부나 보위부 소속들. 급하게 연락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거죠. 일반 주민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지난 2002년 탈북한 박학규(가명) 씨도 일반 주민 월급으로는 몇 십 년을 모아도 휴대 전화 한 대 구입하기 어렵다고 증언합니다.
박학규: 휴대폰은 한 60-70만원 정도 합니다, 가격이. 중국에서 주로 많이 가져다 씁니다. 양은 많지만, 구매자가 돈이 있어야 살 것 아닙니까? 사용료도 비싸기 때문에...
박학규 씨는 그러나 북한에도 휴대 전화 보급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합니다.
박학규: (휴대폰) 보급은 됩니다. 왜냐면 북한도 세계화에 속하진 않았지만 쇄국정책 속에서도 패션적인 것은 다 받아들입니다.
박문우 대리도 유선전화 같은 경우 현재 도.군까지 확산됐다면서, 언젠가 휴대전화 등 통신수단은 상위 계층을 중심으로 발달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문우: 언젠가는 확산이 되겠죠. 유선전화 같은 경우에는 많이 확산이 됐다고 봅니다. 휴대 전화에 대한 언급이 나온 것은 2002년이나 2001년 말부터 북한의 각종 보도에서 나왔습니다. 실제적으로 목격된 것은 2003년, 그 이후에나 기자 분들이 목격을 했습니다, 평양에서.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휴대 전화 사용에 대해 평양출신 사람들은 많이 보고, 기지국도 많이 만들고 있다고 목격하고, 기사들도 많이 나오고 있거든요. 일단 보면 상위 엘리트 계층들을 중심으로 통신 수단은 많이 발달 하겠죠.
그런데, 국경지대의 북한 주민들이 몰래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사례가 자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중국의 친지나 친구들을 통해 구입한 중국산 휴대전화나 혹은 남한산 휴대전화를 중국식으로 개량한 것을 북한으로 가져가 남한 친지들에게 전화를 거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난민운동본부 임영선 국장의 말입니다.
임영선: 지금은 중국 핸드폰이 들어가 가지고, 압록강, 두만강 지역에서 한국하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많이 해요. 중국에서 몰래 들여보내는 거죠.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의 3분의 1이 미리 정한 시간에 중국산 휴대전화 소지자들을 통해 북한의 가족과 통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즈 신문도 최근 보도한 바 있습니다.
중국이나 러시아 국경지역에서 숨어 지내는 탈북자들도 휴대 전화를 사용해 외부 소식을 접하고 있는 사례도 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 파견 북한 건설노동자들의 러시아어 통역을 담당했던 황대수 씨가 2004년 11월 휴대전화를 들고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영사관에 진입해 신동철 목사와 전화연결을 한 뒤 신 목사로 하여금 영사관 직원들과 나누는 대화를 녹음하도록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영사관 측은 대화내용이 언론에 알려져 파장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황 씨를 영사관에 체류하도록 했고, 곧 남한으로 가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