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마약거래 중단 위해 유엔 대표단 초청했을 가능성”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 대표단이 북한의 초청으로 27일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라파엘 펄 (Raphael Perl)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초청배경에 대해 북한이 체면을 잃지 않으면서 마약거래에서 점차 손을 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관영통신은 27일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대표단의 방문 목적이나 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는 유엔의 3대 마약관련 조약의 이행을 감시하는 독립기구로 불법적인 마약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해당국의 사전협조를 얻어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의 콜리 쿠아메 사무총장은 이달초 기자들에게 평양에서 고위층 인사와의 회담이 예정돼 있다면서, 북한이 마약 관련 국제조약에 가입하는 데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라파엘 펄 (Raphael Perl) 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28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체면을 잃지 않으면서 마약거래에서 점차 손을 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 대표단을 초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Perl: It could indicate that N. Korea is looking for a face-saving and for a method to gradually de-escalate itself from criminal activity.

펄 연구원은 북한이 만약 이번에 마약관련 조약에 가입할 의사를 진지하게 표시하고, 마약 생산과 거래를 중단할 뜻을 밝힌다면, 북한을 대하는 국제사회의 태도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펄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이 비록 조약에 가입하더라도 의무사항들을 철저히 지키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필요한 경우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가 직접 북한에 들어가 조사활동을 벌여야 하는데 북한이 과연 이를 허용할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또 최근 들어 북한의 마약거래 활동이 뜸해지기는 했지만, 실제로 마약거래를 완전히 중단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고 펄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특정 불법행위가 적발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 일단 활동을 중단하고, 다른 불법행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입니다.

그 좋은 예로 최근 들어 북한의 담배위조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펄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펄 연구원은 불법행위를 통해 외화벌이에 나서겠다는 북한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마약 관련 국제조약에는 양귀비 재배와 히로뽕 거래를 막기 위해 1961년에 체결된 ‘마약에 관한 단일 조약’이 있고, 환각제와 각성제의 남용을 막기 위해 1971년에 체결된 ‘향정신약품조약’이 있습니다. 또 마약원료의 불법거래와 자금세탁을 감시하기 위해 1988년 체결된 ‘마약 신조약’도 있습니다. 북한은 유엔 회원국들 가운데 유일하게 3대 마약관련 조약에 아직까지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워싱턴-김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