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EU 즉 유럽연합과 우라늄 농축활동을 전면 동결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핵 확산의 우려를 낳았던 이란의 핵 문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의 핵합의가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란과 북한 핵문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02년 국정연설에서 이란을 북한,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했습니다. 지난 2001년에 3천여 명의 희생자를 낸 9.11테러사태와 같은 테러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반드시 저지해야 하는데 이들 세 나라가 대량살상무기 확산의 주범이라는 것이 당시 부시 대통령이 행한 연설의 요지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 이후 이라크는 사담 후세인 정권이 미국의 군사공격으로 이미 무너졌고 남은 것은 이란과 북한입니다.
이란과 북한, 모두 핵개발 문제로 미국과 첨예한 대립을 벌여왔지만 두 나라의 핵 문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우선, 이란은 최근 들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란은 지난달 유럽연합과 우라늄 농축활동을 전면 동결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안보리 회부 피하고 경제협력의 실리도 챙겨
반면에 북한은 미국이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6자회담이 3차례나 열렸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이번 합의를 통해 유럽연합과 경제협력 논의라는 실리를 챙겼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이 추진해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멜리사 플레밍(Melissa Fleming) 국제원자력기구 대변인은 30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통화에서 이란이 핵 동결에 합의한 것이 유엔 안보리 회부를 피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전했습니다.
국제사회 신뢰 회복에 중요한 조치
플레밍 대변인은 이란으로서는 이번 합의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조치였다고 말했습니다.
"There was a suspension deal. So Iran agreed to suspend its uranium-enrichment activities as a very important confidence building measure."
이번 핵합의로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란의 핵 활동에 대한 사찰활동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이란은 자국의 핵 활동이 핵무기 개발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플레밍 대변은 설명했습니다.
이란 사례 북핵 문제 해결에 긍정적 영향 가능
워싱턴의 일부 비확산전문가들은 이란의 이번 핵합의가 북핵 문제의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의 로즈 고테몰러(Rose Gottemoeller)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개발이 이란에 비해 훨씬 진전돼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상황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이란의 핵합의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노력에 일종의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고 때문에 향후 대북협상에서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In any event, I think that the progress with Iran does provide with some positive environment for further activities with North Korea."
고테몰러 연구원은 북한은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핵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힌 만큼 앞으로 협상여하에 따라 북핵 문제도 이란과 같이 외교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동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