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어머니, 장로회신학대 주선애 명예교수

남한 장로회신학대학의 주선애 명예교수는 여든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남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을 베풀고 있습니다. 주 교수는 탈북자들에게는 물질적인 도움보다 그들을 이해해 주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서울에서 이장균 기자가 주선애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주 교수님은 어떻게 탈북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까?

주선애: 저는 48년도에 평양에서 남한으로 왔거든요. 그래서 60년 가까이 고향생각을 안할 수가 없구요, 탈북자를 보면서 제가 이제 학교일도 은퇴를 했구요, 아마 이제 남은 생은 이런 사람들을 돕고 섬기는 일이 내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을 해서요.

원래 북한이 고향이시기 때문에 탈북자들을 보면 고향사람같이 생각되시겠네요.

주: 말씨도 비슷하고 또 말씨가 다 같지 않아도 - 함경도사람 말이 같지 않지만도 - 애처로운 생각이 나요. 나이가 많다보니까 제가..

주변에서 탈북자들을 만나다보면 딱한 사정에 있는 사람들이 참 많을 텐데요, 북한에 본처가 있다고 같이 살 수 없다면서 결혼한 부인을 내?은 그런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요.

주: 진남포 사람이라고 그러는데요, 거기서 항만대학을 했대요. 아주 똘똘한데 어느 추운 날, 작년 이맘때였던가 봐요. 탈북자동지회에 애기를 안고 왔는데 남편한테 매 맞고 도저히 같이 살 수 없어서 나왔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니까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오면 사람들이 여자들을 잡아다가 윤락가에 팔거든요. 그래서 그게 무서워서 빨리 결혼을 해야 된다고 해서 탈북하는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해버렸어요.

거기서 남한으로 오는 과정에서 결혼을 하고 애를 하나 원해서 나았대요. 낳아서 정착금을 받아서 살림을 할려고 그러는데 남편이 나는 본처가 있는 사람이니까 너 나가라 그래서 안 나간다고 내가 어떻게 나가냐고 그러면 정착금이라도 좀 줘야 되지 않느냐 이렇게 싸우다가 아무것도 못가지고 그냥 쫓겨나왔어요. 그러니까 집도 없고 돈도 없고 친척도 없고 오갈 데가 없는 거죠. 그런 딱한 사정을 어디에도 호소할 데가 없는 거죠. 그런 사람도 있고..

그 여성분에게 사재를 털어서 천5백만 원을 들여 전세방도 얻어 주셨다구요.

주: 뭘요, 큰 도움도 아닙니다.

탈북자들이 남한생활에 정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주: 관심을 가져주는 거구요, 가족처럼 내 형제라고 생각하고 돌봐 주는데 너무 돈으로만 돌봐 주지 말고 인간대우를 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자주도 못했습니다만 이렇게 한번 집에 불러서 같이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 이분이 남한에 와서 식당에 가서 먹어본 적은 있지만 가정에서 초대받아 먹어본 일은 처음이라고 해요. 그러면서 눈물의 글썽 글썽해요.

남한가정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모르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고맙구요. 그래서 남한에 있는 분들이 북한을 이해해야 되고 또 서로 화해가 돼야 하는데 인간관계가 돼야 하는데 인간관계가 잘 되지 않는 이유가요 - 내가 그러죠, 어디 가서 설거지라도 하면 몇 만원씩 버는데 그걸 왜 못하냐 그렇게 얘길 하면 - 자기들은 체력이 모자란대요.

못 먹었기 때문에 남한에 있는 분들하고는 체력이 모자라서 하다가도 어디에 앉아야 되고 쉬어야 되고 하는 게 있고 또 한 가지는 말을 모르겠대요.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가스렌지니 마요네즈니 영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 뭘 가져오라고 하면 도무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말도 그렇고 그러니까 이젠 문화가 달라져서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거고 취직을 못하는 거예요. 그러면 또 자꾸 야단치고 주인들이 야단치면 더 위축이 돼가지고 더 못하겠다고 그래요.

북한에서 넘어올 때부터 굉장히 긴장해 있고 또 중국에서도 체포될까봐 상당히 불안한 생활을 하고 그럼 심리상태로 남한에 왔는데 남한사람들 조차도 자기들을 받아주지 않고 무관심하고 또 거리를 두려고 하면 정말 갈 데가 없는 거죠 이 사람들은.

주: 아무데도 없어요. 그러니까 자살도 하구요, 도로 북한으로 가겠다고. 우리 그 돌았다는 아이도 북한으로 갈까보다 그래요

탈북자분들에게 남한에서 살기위해서는 어떤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하는 게 있으면 좀 말씀해 주시죠.

주: 그들이 독재 밑에서 순종하고 배급타고 쉽게 살려고 하고 너나 나나 똑같이 먹고 살자 그런 것을 50-60년 했기 때문에 여기 와서도 애써서 벌어먹을 수 있다는 독립적인 마음을 갖지 못해요. 북에서 빈민들 주는 배급으로 겨우 겨우 먹으면서 어떻게 그냥 지탱해 나갈려고만 하는 생각을 하고 그러니까 여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나 애를 써야 돈을 버는지 그걸 모르고 또 그렇다고 노동할 힘도 없고.

그러니까 늘 갈등을 느끼고 있는데 그 이념정립을 잘 해야 되고 이 민주사회에서 서로 존중하면서 내가 노동해서 노력한 것만큼 앞으로 먹고살 수 있다하는 신념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 신념이 없어요. 차차 차차 같이 살면서 사랑을 나누면서 그것이 조금씩은 이루어지죠. 어떻게 잘 해서 서로 잘 어울릴 수 있게 우리 국민들에게 이해를 시켜야 되고 또 오는 사람들에게도 하나원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교양이 필요하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