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김영남 씨 모자 28년만의 상봉

관심을 모아왔던 납북자 김영남 씨의 가족 상봉이 28일 금강산에서 이뤄졌습니다. 김영남 씨는 29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납치와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씨와의 결혼 등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설명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이현주 기자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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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28년만에 만난 김영남(45) 씨와 남측의 모친 최계월(82) 씨 - AFP PHOTO/KOREA POOL

우선 김영남 씨 가족의 상봉 소식부터 좀 전해주시죠.

28년 만에 만남이었던 만큼 상봉장은 그야말로 눈물 바다였습니다. 납치당시 고교생이었던 앳된 아들은 이제 머리가 벗겨진 중년의 신사로 변했고 어머니는 반백의 노인으로 휠체어에 의지해 아들을 만났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모습에 말을 잇지 못하고 아들도 어머니를 안으며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최계월 씨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아들의 얼굴에서 손을 거두지 못했고 아들은 좋은 날인데 울지말라며 어머니를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최계월 씨는 세월이 흘렀지만 얼굴이 그대로라면서 아들의 얼굴이 좋아보인다고 안심하기도 했습니다. 아들이 어머니께 큰 절을 올렸고 상봉장에 동행한 며느리와 손녀, 손자도 차례로 절을 올렸습니다.

김영남 씨의 누나 영자 씨도 어릴 적 모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영남 씨는 가족들이 모두 자리를 찾아 앉은 뒤, 형과 누나 등 남쪽 가족들의 안부를 물었고 이미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의 안부를 물을 때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영남 씨의 아버지는 지난 86년 사망했습니다.

김영남: 나 때문에 막내 아들 때문에 돌아가신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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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영남 씨는 이날 상봉에서 대체로 차분한 채로 남쪽에서 온 어머니와 누나를 만났습니다. 영남 씨는 이날 짙은 색깔 양복에 금색시계를 찬 모습으로 부인 31살 박춘화 씨와 딸 19살 은경 양 또 일곱 살된 아들 철봉군와 동행했습니다.

이날 김영남 씨 가족의 상봉은 이산가족 행사의 단체 상봉장과는 별도로 호텔 2층에 마련된 방에서 따로 진행됐고 앞쪽 10 여분만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이날 상봉은 약 2시간 가량 이어졌고 이어지는 공동 만찬 행사 또한 별도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날 상봉에는 김영남 씨가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 씨 사이에서 낳은 딸, 김혜경 양도 참석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예측했던 대로 상봉자 명단에 올라왔던 김은경이 바로 그 동안 알려졌던 김혜경이었습니다. 그 동안 가명을 사용해 온 것인데요, 이날 김은경 양은 하얀 저고리에 까만 치마를 차려입고 왼쪽 가슴에는 김일성종합대학 배치를 단 모습이었습니다. 은경양은 아버지와 할머니의 만남을 지켜보면서 연신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습니다. 은경 양 또한 할머니인 최계월 씨에게 큰절을 올렸는데, 최계월 씨는 은경씨에게 사진에서 많이 봤다며 손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김영남 씨가 29일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죠? 어떤 내용을 밝히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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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씨가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 씨 사이에서 낳은 딸, 김혜경 양 - AFP PHOTO/KOREA POOL

김영남 씨는 회견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부인이었던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의 가짜 유골문제와 생존 가능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번 기자 회견이 북측의 주체로 열리는 만큼 김영남 씨는 이 자리를 통해 자신이 북으로 온 이유는 납치가 아닌 의거 입북이다는 점과 요코다 메구미 씨가 1994년에 사망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일본의 생존가능성 주장을 강하게 비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날 상봉이 끝난 뒤 김영남 씨 누나인 김영자 씨가 간단한 기자 회견을 한 것 알려졌는데요, 그 내용도 좀 전해주시죠.

김영남 씨의 누나 김영자 씨는 상봉이 끝난 뒤에 금강산 공동 취재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날 상봉에서는 납치 경위 등 민감한 문제는 일정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영자 씨는 일본인 납북자로 영남 씨의 전처인 요코다 메구미 씨의 얘기에 대해서 그런 얘기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영자 씨는 김영남 씨가 북에서 살아온 28년간의 행적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편안하게 잘 살고 있다. 사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요코다 메구미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김혜경 (김은경)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밝은 모습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