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안학궁, 남북 공동발굴 예정

남한과 북한은 5세기 고구려의 수도 왕궁이었던 평양의 안학궁에 대한 공동발굴조사를 벌일 예정입니다. 25일 남한의 고구려 재단은 지난 23일 중국베이징에서 북한관계자들과 만나 공동발굴조사에 대한 대략적인 합의를 봤다며 2월 초에 실무진간에 구체적인 일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관련내용을 이장균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공동발굴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는 평양의 안학궁은 어떤 궁입니까?

안학궁은 고구려 장수왕이 국내성에서 평양으로 천도, 그러니까 수도를 옮긴 서기 427년, 장수왕 15년에 건립된 궁성입니다만 평상시 왕이 거처하면서 국정을 논하던 곳입니다. 서기 567년 오늘날의 평양 중심부에 건립된 장안성으로 궁성을 다시 옮길 때까지 140년 동안 고구려의 궁성이었는데요 현재 평양시 대성산 남쪽 기슭에 성벽과 궁터, 집터 자리 등이 남아있습니다.

성벽은 돌과 흙을 섞어 쌓았고 성 둘레 총길이는 약 2.4km, 면적은 38만 평방km로 남한 서울에 있는 경복궁의 네 배 규모의 고구려 전성기의 수도 왕궁입니다.

안학궁 터 발굴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는 어디에 있습니까?

안학궁은 그 유적지가 온전히 보전돼 남아 있는 북한의 유일한 고대 왕궁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아서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유물 발굴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일부 학계에서는 고구려 왕궁터가 아닌 고려시대의 왕궁터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어서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그 부분도 명확히 가려질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발굴시기는 어느 때쯤인지 또 남북에서 참여하는 인원을 얼마나 되는지 결정이 됐습니까?

아직 정확한 발굴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남한 고구려연구재단 김정배 이사장은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인사와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안학궁터 발굴 원칙에 합의했다면서 2월 초에 북측발굴 실무자들과 만나 일정과 구체적인 발굴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올 여름 이전에 발굴을 시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발굴 기간은 보름에서 한 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측 학자들이 10명 안팎 참가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김 이사장은 궁터의 규모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1차 조사로는 안되고 향후 10년 이상 발굴을 해야 한다면서 북측도 장기 발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지역의 고대유적을 남북학자가 같이 발굴하는 것은 해방이후 처음 있는 일로 보도가 되고 있는데요, 얼마 전 개성공단에서도 남북이 함께 공동발굴을 하지 않았던가요?

2004년 4월부터 7월에 걸쳐 개성공업지구 1단계 부지에서 남북공동발굴작업이 아닌 문화유적조사를 실시했었는데요, 당시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거의 모든 시대의 유물이 무더기로 출토됐었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북한이 유적발굴을 하고 유적이 나오면 남한 학자들이 가서 살펴보는 조사차원의 참여였기 때문에 공동발굴이라는 말 대신 공동문화유적조사라는 말을 썼습니다.

이장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