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영화·노래 유포 북 20대 4명 교화형

서울-안창규 xallsl@rfa.org
2023.09.21
남한 영화·노래 유포 북 20대 4명 교화형 평양의 한 상점에 영화 DVD·VCD 디스크가 진열돼 있다.
/AP

앵커 :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한국 영화와 노래를 보고 듣거나 유포시킨 청년 4명에 대한 공개 재판이 열렸습니다한국 음악을 들은 청년들은 4한국 영화를 본 청년은 8년의 교화형이 선고됐습니다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2020 12월 사회주의 사상에 반하거나 북한에 만연하고 있는 한국의 문화 열풍을 반동사상문화로 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나온 이후 한류를 차단하기 위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가 대폭 강화되었습니다또 법 제정을 신호탄으로 북한 사회에서 한동안 잠잠하던 공개처형과 공개재판도 다시 등장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7 18일 혜산 영화관 앞마당에서 공개 재판이 있었다”며 “공개 재판 대상은 불순녹화물(영화드라마 등 한국 영상)을 보고 유포시켰다는 20대 전후반 어린 청년 4명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오전 11시 시작된 공개재판은 비사회주의 소탕작전지휘부(82연합 지휘부)가 조직한 것으로 200여 명 가량 되는 주민들이 참가했다”며 “안전원들에 의해 해당 청년들이 군중 앞에 세워지고 한 명씩 이름과 주소, 직장 직위를 알린 후 죄목이 공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판사가 공개 재판에서 밝힌 이들의 죄목은 “한국 영화와 화면음악(뮤직비디오)를 보고한국 노래를 들으며 자본주의 대한 환상에 푹 빠졌다는 것”입니다소식통은 판사가 “반동사상문화를 철저히 배격할 데 대해 수차 강조하고 사양 교양도 강화했으나 당의 요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아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공개 재판에서 한국 영화 4개와 한국 화면 음악 6개를 본 22, 19살의 남자는 각각 8, 9년의 교화형을한국 노래 12곡을 손전화기와 MP4에 저장해 놓고 들은 20살 여성 2명은 4년 교화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식통은 “공개 재판의 마지막에는 비사회주의 소탕작전지휘부 책임자가 나와 앞으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한국 노래를 듣고 유포하는 등 썩어빠진 자본주의를 동경하는 주민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의 통제와 처벌이 강화되면서 한국 영화를 보는 사람이 이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몰래 숨어 보는 주민이 적지 않다”며 “특히 젊은 청년들이 당국의 단속과 통제를 아랑곳하지 않아 주된 처벌 대상이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제4 27조 괴뢰(남한을 비하하는 북한 표현사상문화전파죄에서 괴뢰영화녹화물편집물도서노래그림사진 같은 것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보관한 자 또는 괴뢰 노래그림사진도안 같은 것을 유입유포한 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그리고 괴뢰 영화녹화물편집물도서를 유입하거나 유포한 경우 무기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혜산시의 다른 한 주민도 같은 날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평양문화어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한동안 진행되지 않았던 공개처형과 공개재판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비사회주의 행위를 단속하는 82연합 지휘부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공개 재판에 끌려 나와 엄한 처벌을 받은 대상이 20살 안팎의 새파란 청년들이라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판사가 판결문을 읽자 사람들이 우~~하고 노골적으로 소리를 내며 웅성거렸고 나도 판결문을 들으면서 ‘주석단에 서있는 저 간부들도 한국 영화를 많이 봤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한국 영화를 몇 개 봤다고 8~9한국 노래를 들었다고 4년의 교화형을 내리는 당국의 행태가 너무하다 생각했는데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같은 심정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인민반 회의에서도 온 가족이 망하지 않도록 자식들에 대한 단속을 잘할 데 대한 내용이 강조되었다”며 하지만 “당국이 통제와 단속을 아무리 강화해도 한국을 좋아하고 동경하는 젊은 층의 마음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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