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북한인권에 관심 가져야’

서울-박성우

세계인권선언의 날 59주년을 맞이해 북한 인권 관련 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고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 인권 운동을 하는 대학생과 기독교 단체, 그리고 탈북자 등 20여명은 10일 서울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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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 RFA PHOTO/박성우

<기독교사회책임> 대학생 위원회 구자겸 회장입니다.

구자겸: 어찌하여 수십만 명의 실제적 인권유린이 일어나고 있고 전 세계가 함께 염려하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한사코 외면하려고만 하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안경환 위원장은 지난 해 12월 북한은 ‘실효적으로 관할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 지역에서의 인권침해 행위나 차별행위는 인권위원회의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경환 위원장은 10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기념식에서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발언할 수 있는 영역과 국내적으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선 검토해야 할 주제들을 점차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안경환 위원장은 인권위원회가 ‘2006년 12월에 밝힌 북한 인권에 대한 기본 입장을 토대로’ 이 같은 구체화 조치를 취하겠다며 선을 그었기 때문에 인권위원회의 대북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은 내용상 큰 변화는 없다는 게 인권 운동가들의 평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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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관련 단체들은 물론이고 서울에 온 탈북자들은 전세계가 북한 인권 문제에 한 목소리를 내는 데 왜 한국 정부만 이처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2004년 한국에 온 탈북자 허씨입니다.

허: 지금도 이 순간에 감방에서 있는 사람들이 먼저 나가는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게 뭐냐면... 빨리 나가서 국제 사회에 우리 안타까운 사연을 알려달라... 이 부탁을 다 받고 나왔습니다.

2004년 한국에 온 탈북자 김씨도 중국 등지에서 탈북자들이 고통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며 눈물로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김: 이 땅을 오느라고 수많은 탈북자들이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눈도 못 감고... 좀 도와주세요.

이처럼 북한 인권은 북한 내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 등지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과 관련한 유엔 결의안에서 지난 해에는 찬성표를 던졌으면서도 올해는 기존 입장으로 돌아서 기권한 것도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이해 다시 한 번 비난의 대상이 됐습니다.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총장인 김규호 목사입니다.

김규호: 작년엔 찬성하고 올해는 기권하는... 외교적으로 말도 안 되는 그런 일들을 진행하고 있고... 이것에 대해서 인권위원회는 아무런 일언반구의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조용하게만 지나고 있는 것은 인권위원회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탈북자들 가운데 일부는 현 정부의 대북 인권 정책을 비판하면서 앞으로 어느 후보가 북한 인권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지를 기준으로 누구를 찍을지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탈북자 단체 관계자 50명은 10일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인민들의 인권과 자유를 외면하는 세력들에게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을 맡기면 안 된다’면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