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가 한국에서 만든 한 드라마가 한국과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잘 꼬집었다며 한국의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자국의 체제나 지도자를 비판하는 주민들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 주민들도 이같은 상황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매체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각계각층의 한국 시민들이 엄청난 금액의 상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가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인터넷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가 12일 ‘남조선사회의 실상을 폭로하는 TV극 <오징어게임> 인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이 매체는, 한국에서 만든 인기드라마 ‘오징어게임’이 한국과 자본주의사회의 실상을 잘 드러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이 드라마를 “약육강식과 부정부패가 판을 치고 패륜패덕이 일상화된 남조선사회의 실상을 폭로하는TV극”으로 묘사하면서, 오징어게임의 인기 요인은 “극단적인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 만연된 한국과 자본주의 사회 현실을 그대로 파헤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북한 측은 이전에도 한국 드라마 ‘DP’를 통해 한국 군대의 기강해이와 폭력행위, 그리고 부패상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DP’란 한국 헌병대 내 탈영병 체포조를 가리키는 말로,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 달 11일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폭력행위와 가혹행위로 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해 탈영한 대원들을 추적하는 과정을 보여줬다”면서 “사병들이 왜 탈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됐는가를 생동감 있게 보여줌으로써 지옥과 같은 남조선 군살이의 실상을 깡그리 파헤쳤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메아리와 같은 대외 선전매체에만 ‘오징어게임’을 언급하고 있을 뿐 노동신문과 같은 내부 언론매체에서는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도 12일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소식을 전하면서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김정은 총비서가 북한 주민이 한국의 오락물을 접할 경우 엄중한 벌금이나 징역을 부과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드라마 ‘오징어게임’ 덕분에 한국말을 배우려는 외국인이 급증했다는 등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체제안정을 위한 선전도구로 쓰기 위해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비영리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류 사무총장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주민들은 지도자나 당, 정치권을 비판할 수 있는 (북한에는 없는) 자유가 한국에는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북한에서는) 지도자를 절대로 비판해서는 안되고, 노동당도 절대로 비판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생활총화를 통해 자신을 비판할 수 있는거죠. 그리고 또 다른 주민들을 생활총화를 통해서 비판할 수가 있죠. 그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북한의 아주 결정적인 차이로 볼 수가 있죠.
한편, ‘오징어’라는 이름의 게임은 한국의 골목에서 어린이들이 즐기던 과거 놀이로, 이 드라마는 이달 초 현재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83개국에서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양성원,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