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꼬투리 잡아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 귀국 막아”


2006.03.27

지난 20일부터 진행됐던 제13차 남북 이산가족 행사는 일부 남한 기자들이 ‘납북’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북한 측이 반발해 남측 취재단이 도중에 전원 철수하는 등 파행을 거듭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1진 남측 가족들은 영문도 잘 모른 채 여러 차례 다음 일정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북한에서 가족들을 만나고 남한으로 돌아온 이산가족 상봉자들은 가족들을 만나 좋았지만 북한 측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90살로 북한에 있는 큰아들과 막내딸을 만나고 돌아온 김남렬 할아버지는 이들을 만나고 또 금방 헤어지고 오는데 가슴이 아픈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고향이 함경북도 청진이라는 김 씨는 하지만 행사 중 일정에 문제가 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상봉행사를 모두 마치고 남한으로 다시 돌아오려 하는데 10시간 정도 기다렸다는 것입니다.

김남렬: 문제가 좀 있었다. 예정보다 10시간 정도 지나서 왔다. 상부 일에 대해 하부 말단이 뭘 알겠나? 기자들한테 문제가 있었다는데 자세한 것은 모르겠다. 뭐 때문에 의가 상했는지.

김 씨는 당시 기다리면서 일부 할머니 들은 울음을 보이기도 했고 상당히 불쾌했다고 말했습니다.

김남렬: 모두 우리가 갇혀 있느냐, 여자들은 우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주 기분이 않 좋았고 모두 놀랐다.

56년 만에 북한에 사는 친 여동생을 만나고 돌아온 올해 78세의 이운생 할머니도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는 북한 측에서 괜한 꼬투리를 잡는다는 말들이 오갔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운생: 많이 기다렸다. 못가고 자고 가는 줄 알았는데 11시 넘으니까 가라고 했다. 말 한마디 기자가 잘못했다고 설명은 그랬다. 하지만 사람들은 별 것도 아닌데 북한 측에서 꼬투리 잡아서 그랬다고 말들을 했다.

올해 82세의 김창선 할머니도 북한에 사는 조카들을 만나고 남한으로 돌아오려는데 몇 시간씩 기다리게 하는 북한 측 태도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창선: 해금강 호텔에서 기다렸다. 로비에서 기다리다 방에 들어가려하자 방 청소하는 이가 다 방정리했는데 또 들어 가냐고 하면서 처음에는 방에도 못 들어가게 했다. 그러다 또 들어가 있으라 그래서 몇 시간 기다리다 왔다.

김 씨는 남북한 정치가 너무 달라서 생긴 일 같다며 그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김창선: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거기 정치는 그렇고 뭐 어떻게 하겠나, 기자분이 말을 잘못해서 그런 것이란 설명을 들었다. 이남에서 보면 아무 일도 아닌데 그것을 북한 측이 괜히 꼬투리를 잡고 납북자라 그랬다고 참. 개인 면담할 때도 몇 시간을 다섯, 여섯 시간을 늦추고 연락도 안 되고 그러더니 나올 적에도 또 그랬다.

실제 이번 행사에서는 지난 21일 이산가족 상봉 1진 행사 이튿날 오전에 계획돼 있던 이산가족 개별 상봉이 오후 2시를 넘어서도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후 3시경부터 일정이 속개되긴 했지만 당시부터 행사 진행이 순조롭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유는 20일 남한 일부 기자들이 남한에 방송을 하면서 ‘납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69년 납북된 전 신성호 선원 천문석 씨와 서순애 씨 부부의 상봉사실을 보도하면서 ‘납북’, 또 ‘나포’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입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천 씨의 막내 아들 천영복 씨는 올해 69세의 서순애 할머니가 이번 이산가족 행사 이후 언론의 큰 주목을 받자 자식들이 건강을 걱정해 직접 모시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그리고 비록 이유가 어찌됐던 간에 여러 고령의 이산가족 상봉단 어르신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에 대해 어머니인 서 씨가 매우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천영복: 저희 때문에 약 10시간 정도 지연돼 같이 가신 분들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하신다.

하지만 59년만에 조카들을 만나고 왔다는 올해 81세의 홍화숙 할머니는 그래도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와 너무 고맙고 기쁜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홍화숙: 북쪽에 있는 가족들 잘 만나고 왔습니다. 적십자에서 잘 배려해줘서 고맙습니다.

또 이운생 할머니도 북한에 사는 가족들을 만나서 너무 좋았다면서 특히 남측 적십자 분들이 너무 수고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양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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